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관세로 인해 미국 자동차 생산 비용이 400억 달러 증가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닛케이아시아는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와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연간 자동차 생산 비용이 400억 달러 증가할 위험이 있으며, 탈탄소화 및 인공 지능 기술을 향한 발걸음도 느려질 것이라는 분석을 전했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 개별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밝힌 상태다. 미국 대통령은 국제긴급경제권한법을 행사하여 의회를 거치지 않고 관세를 인상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높은 관세가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은 연간 150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중국에 뒤를 잇는 세계 2위 국가다. 이 중 상당수가 멕시코, 캐나다,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는데, 관세로 인해 전체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다.
관세는 완성차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멕시코는 대미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의 혜택을 받고 있는데,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미국으로 수입된 부품의 41%를 멕시코가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긴장으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중국 대신 멕시코에서 조달을 늘렸지만 이로 인해 관세 역풍을 맞을 위기에 처한 상태다.
미국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는 수입 부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산 자동차 한 대당 제조 비용이 최대 4000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의 연간 자동차 생산 규모인 1000만 대를 기준으로 하면 400억 달러의 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수치다.
관세가 부과되면 자동차 업계는 미국 내 생산을 늘려야 할 뿐만 아니라 철강, 기계 등 다른 제조업도 생산량을 늘려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택스파운데이션은 관세가 장기적으로 미국의 수입을 3조8000억 달러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현지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재화 가격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세 상승을 다른 분야에서 충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에너지 비용 절감을 인플레이션의 재발을 막기 위한 하나의 카드로 고려하고 있는 상태. 이를 위해 그는 화석 연료의 생산량 증가와 새로운 개발을 장려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액화 천연가스 수출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복귀할 경우 규제 완화와 감세로 운영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 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에서 강화된 국내 기업 간 인수합병에 대한 조사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비용 상승은 이러한 이점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대해 닛케이아시아는 “토요타자동차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타코마 픽업트럭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멕시코에 14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지만, 트럼프의 정책으로 인해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트럼프의 정책 접근 방식은 실질적인 이익을 강조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내용도 외교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런 예측 불가능성에 직면한 기업들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