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추격하기 위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개발 경쟁에 본격 나섰다. HBM4 개발 목표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잡은데다 반도체 패키징 설비를 확장하는 등 미래 HBM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것이다. 향후 HBM4 양산을 위한 수율 확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강자 입지를 되찾기 위해 HBM4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HBM4는 전송속도가 HBM3E보다 60% 넘게 빠른 초당 2테라바이트(TB)다.
내년 하반기까지 개발·양산을 모두 마친다는 것이 삼성전자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8·12단 HBM3E가 주요 고객사의 품질 테스트에서 중요 단계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HBM4 단계로 나아갈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아울러 2027년 말까지 충청남도 천안 삼성디스플레이 캠퍼스 내 건물을 빌려 HBM 등 반도체 패키징 공정 설비를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은 SK하이닉스가 HBM4 개발에서 앞서있다. 16단 적층에 필요한 어드밴스드 매스 리플로몰디드 언더필(MR-MUF) 기술을 양산 단계에서 활용하고 있는데다 16단 적층 HBM도 개발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HBM4부터 성능을 강화하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반등 기회를 노린다고 해석한다. HBM4는 반도체를 빈 공간 없이 구리로 직접 잇는 ‘하이브리드 본딩’과 연산 과정을 단순화하는 ‘로직 다이’를 도입한다. 고객 요구사항에 따라 성능을 최적화하는 ‘커스텀화’도 HBM4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양사 모두 HBM4에 필요한 기술을 무난히 개발하겠지만 향후 양산 단계까지 나아가기 위한 수율 확보가 반도체 시장에서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HBM4는 메모리 사이를 연결하는 구멍(I/O) 개수가 HBM3E의 두 배(2048개)인데다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적용된다”며 “원가 경쟁력과 함께 이 공정에서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엔비디아 같은 고객의 신뢰를 받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