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미약품의 3자 연합(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 형제(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경영권 갈등을 겪는 가운데 다가오는 임시 주총에서 주주들의 의결권을 받기 위해 대행사를 이용하고 있다.
3자 연합의 의결권 대리인을 맡는 J사는 자사 명함에 한미사이언스(주)라는 사명을 부각했으며 하단에는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한 다른 C사의 팀장도 비슷한 명함을 주주들에게 건네고 다녔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3자 연합 측과 이들의 의결권 대리업체에서 하는 행동은 자본시장법과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 법 위반 소지에 대한 정밀 검토에 들어갔다"며 "일련의 행위에 위법성이 확인되면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회사와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에 대해 3자 연합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단순히 대상회사 로고를 표시했다는 사실은 업무방해죄로 성립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연합임을 식별할 수 있는 표시를 고의로 누락한 것이 아니기에 불법성을 논할 일은 아니라는 법조계 의견으로 반박했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의 이같은 행동은 오히려 자신들을 견재하기 위한 무리수라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오인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미사이언스는 이같은 논란을 일으킨 3자 연합과 의결권 대리 업체를 형사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우월한 상황에서 예상 밖 행보는 의도 간파 어려워"
3자 연합 측은 법리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민사로써는 논쟁이 될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형사법상으로는 어려울 수 있지만 민사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당시 명함과 안내문 사칭 논란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의결권 대리행사를 위임받는 업체들의 명함에도 고려아연 주식회사가 명함 왼쪽에 크게 강조되고 영풍 측이라는 '최대주주 주식회사 영풍'이라고 기제한 바 있다.
이에 고려아연주주들 사이에서는 혼란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선례가 있는데 같은 행보를 보였다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분 구조에서 불리할 경우 저런 행보를 보일 수 있다"며 "다만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3자 연합 측 지분이 우월한 상황에서 하는 것이기에 목적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3자 연합 지분 유리…정관 변경용 아닌 사내이사 방어전?
오는 28일 진행될 임시 주총에서는 △사내이사를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안건 △기타비상무이사에 신 회장 선임·사내이사에 임 부회장 선임 △감액배당 등의 3건이 의결된다.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주주 3분의 2가 동의해야 한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3자 연합은 41.87%(우호 지분 포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 회장 측인 가현문화재단과 임성지재단 두 곳의 공익 재단 지분(8.09%)이 포함되면 49.96%로 과반수에 해당한다. 정관변경은 어렵지만 이사 등재는 될 가능성이 높다.
두 형제가 불리한 상황에서 이같은 행보는 불안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한미사이언스가 재단에 자금을 끊으며 압박하는 상황에서 재단이 3자 연합을 무조건 지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3자 연합을 지지했던 소액주주연대가 이를 철회하면서 안정적으로 절반 이상의 표를 무조건 얻는다고 볼 수 없다. 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명함 도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불리한 측에서 하는 행동을 지분이 많은 쪽에서 한다는 것은 불안요소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