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듣기만 해도 무술 활극을 연상시키는 미디 BGM. 주정뱅이 호랑이 아저씨와 세침데기 고양이귀 아가씨, 촐싹대는 개 검객이라는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 타격감 가득한 도트 그래픽 그래픽 연타 기술. 검은 배경화면에 박진감 넘치게 날아오는 다섯 글자 '幻世酔虎伝(환세취호전)'.
2000년 전후로 PC 게임을 즐겼던 이들이라면 이 다섯 글자에서 추억을 느낄지 모른다. 1997년 일본의 컴파일이 내놓았으며 국내에선 게임 잡지 부록 CD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전 RPG 환세취호전이 27년이 흘러 한국의 지스타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부활했다.
환세취호전 온라인은 슈퍼캣이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를 맡았다. 도트 그래픽 MMORPG '바람의나라 연'으로 한 차례 인연을 맺었던 두 곳인 만큼 게임은 사실상 '검증된' 것이나 다름 없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다. 아타호·린샹·스마슈 3인 파티 기반 턴제 전투였던 원작을 캐릭터 교체가 가능한 RPG로 구현했다. 호격권과 폭전축, 선렬각, 난도질 등 각 캐릭터의 시그니처격 기술들도 충실히 구현됐다.
환세취호전 특유의 90년대식 일본 유머의 감성도 빼놓을 수 없다. 시연 버전 기준 시작부터 추억의 장소인 아타호의 동굴에서 시작하더니, 초장부터 아타호와 스마슈의 '보케(헛소리)'와 린샹의 '츳코미(핀잔 주기)'가 반복되며 끝 없는 만담이 이어진다. 백호와 페톰 등 원작의 조연들, 만두 먹기와 술마시기 대회 등 주요 이벤트는 덤이다.
원작의 추억만으로 즐길 거리가 있는 게임이었지만 다소 아쉬운 면도 있다. 게임의 시작점의 이야기는 아타호와 린샹의 관계가 원작의 다소 씁쓸함이 남는 결말이나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마작 게임 '환세패유기'에서 볼 수 있던 무사수행을 함께 떠나는 결말, 어느 쪽과도 썩 매끄럽게 연결되진 않는다.
또 '원작 따라가기' 콘텐츠가 일종의 인스턴스 던전 내지는 임무 던전 같은 형태로 구현되다 보니 본 게임과 같은 '자동 전투' 퀘스트로 이뤄졌고, 원작에 없던 장면도 다수 등장해 조금 당황스러웠다. 원작을 100% 살리는 것이 아닌 캐주얼 RPG로 각색했음을 고려하면 수긍할 수는 있는 단점들이다.
환세취호전 온라인은 원작과의 시차나 장르, 서사 등 여러 면에서 '마니악'한 점이 적지 않다. 그만큼 '다수의 대중을 만족시키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나 역으로 타깃 이용자층, 즉 '마니아층'은 확실하게 공략할 것이다. 고전 일본 RPG 특유의 정취와 옛 일본식 개그, 도트그래픽 캐주얼 RPG라는 독특한 분위기는 다른 게임으론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강점으로 작용할 테니 말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