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2025년 지속가능발전 5대 지지대의 건전성
② 광복 80주년에 BTS를 다시 본다
③ 대한민국의 핵무장론
④ 트럼프 2기 미·중 통상 갈등의 전망과 대응
⑤ AI 슈퍼사이클의 시작점과 AI CEO
⑥ 기술과 시장의 주도권 싸움이 결정하게 될 반도체 산업
⑦ 정밀 의학시대와 AI 헬스케어
⑧ 금리인하와 공급부족에 따른 집값 향방
⑨ 1000만 관객 영화와 K-Movie
⑩ 세계 정치·경제 판을 뒤흔드는 글로벌 사우스
작년 챗GPT(ChatGPT) 3.5 공개와 더불어 올해 4.0 버전의 출시는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인공지능이 더 이상 프로그래머나 전문가들만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거나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이면 인공지능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필자는 본인의 의료 정보를 이용하여 챗GPT한테 분석을 시켜 보았다. “나의 공복 혈당은 108mg/dL이고 키는 167cm, 체중은 65kg으로 5년 전 75kg이었는데 1일 1식하고 하루에 메프포민(metformin) 2000mg, 다파글리플로진(dapagliflozin) 20mg 복용하고 감량됨. HbA1c(당화혈색소)는 6.3%에서 5.8%로 1년 만에 줄었음. 현재 상태를 평가하고 향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 줘.”
챗GPT의 답변
<현재 상태 평가>
● 공복 혈당: 108mg/dL은 당뇨병 전단계(100-125 mg/dL)의 범위에 속합니다. 이 수치는 당뇨병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 HbA1c: 6.3%에서 5.8%로 감소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HbA1c는 지난 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므로, 혈당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 체중 변화: 5년 전 75kg에서 현재 65kg로 10kg의 체중 감량을 이루었습니다. 이는 건강한 체중 범위에 가까워졌음을 의미하며, 혈당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약물 복용: Metformin 2,000mg과 Dapagliflozin 20mg 복용은 혈당 조절에 효과적입니다. Metformin은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하고, Dapagliflozin은 신장을 통해 포도당을 배출하여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 식사 습관: 1일 1식은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었으나, 장기적으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향후 관리 방안>
● 식사 패턴 개선:
균형 잡힌 식사: 1일 1식 대신 3끼 또는 최소 2끼의 균형 잡힌 식사를 권장합니다. 각 식사에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미네랄이 골고루 포함되도록 합니다.
저당 식품 섭취: 정제된 탄수화물과 설탕 섭취를 줄이고,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합니다. 이는 혈당 급등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운동: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매일 30분 이상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등을 실천합니다.
근력 운동: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근력 운동을 추가하여 근육량을 늘리고 인슐린 감수성을 향상시킵니다.
● 혈당 모니터링:
정기적인 혈당 체크: 공복 혈당과 식후 2시간 혈당을 정기적으로 체크하여 혈당 변화를 모니터링합니다.
정기적인 HbA1c 검사: 최소 3개월에 한 번 HbA1c 검사를 받아 혈당 관리 상태를 평가합니다.
● 의료진 상담:
약물 복용 평가: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의 효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필요 시 의료진과 상의하여 용량을 조절합니다.
정기적인 검진: 합병증 예방을 위해 정기적인 검진을 받습니다.
● 생활 습관 개선:
스트레스 관리: 명상, 요가,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합니다.
충분한 수면: 적절한 수면을 취하여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합니다.
<결론>
현재 상태는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으며,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식사 관리와 운동, 정기적인 혈당 모니터링, 그리고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더욱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기적인 검진과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당뇨병 전단계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챗GPT는 단순히 검사 결과 수치와 복용 약물을 넣었을 뿐인데 진단과 함께 건강 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생활 습관 교정, 진료 등 다양한 관점에서 조언을 해준다. 이제는 자신이 건강의료 정보를 알게 되면 손쉽게 이차 의견(second opinion)을 얻을 수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꼭 의료뿐 아니라 식이 조절, 특히 적게 먹는 소식이 중요하며 적절하게 운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건강한 사람이 환자가 된 다음부터 진료하는 게 일반화돼 있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의 경우 당뇨의 전 단계부터 여러 가지 치료를 하면 당뇨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공복 혈당 120mg/dL부터 우리가 당뇨라고 이야기하는데, 115 정도 나오면 정상이 아니라 당뇨 전 단계이다.
생물학으로 보면 어떤 선을 명확히 긋고 '여기서부터는 질병이고 여기서부터는 정상이다'고 이분법으로 단정할 수 없다. 당뇨의 전 단계는 노화 현상일 수도 있고, 질병으로 가는 전 단계일 수도 있는데, 적극 예방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의사이기 때문에 내 건강 검진 정보를 일일이 보고 트렌드를 분석해 어떤 부분이 정상에서 벗어났거나, 점점 변화 속도가 더 빨라지는 등을 파악한다. 콜레스테롤도 점점 더 올라가는 패턴이 보이면, '아, 이건 확실히 병으로 간다'는 걸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치료한다.
그러나 검진을 받은 사람이 의사가 아니라 일반인이면 어떨까? 검진 결과 정보는 종이로 인쇄된 것을 받고 설명을 듣는 순간 잘 이해하지 못하면 끝이다. 검진 후에 정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환자도 아닌, 그런 단계에서는 의사가 “열심히 운동하시고, 음식 조절하세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3개월 이상 유지되기란 쉽지 않다. 사람이 생활 습관을 단번에 바꾸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질병의 전 단계이면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뭔가 증상이 있으면 신경을 쓰는데, 증상이 없으면 신경 쓰지 않고 넘기고 다음 해 검진에서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고 통보받는다.
결국 누군가가 계속 피드백을 주고, 건강이 좋아지고 있는지, 나빠지는지 등의 패턴을 봐줘야 하는데, 일일이 의사가 따라다니면서 할 수가 없다. 검진 센터도 환자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주기 때문에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계속 그 사람한테 피드백을 줄 수가 있다. 요즘은 건강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주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도 많다. 그러려면 수검자 본인이 디지털 형태의 검진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된다. 그래야만 인공지능이 스스로 분석해서 본인한테 피드백을 주고, 적절한 예방이 되는 것이다.
'나의 건강 기록'이라는 앱을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도입했지만 정작 현재 그 앱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홍보를 거의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내려받으려 들어가면 앱에 대해 “불편하다”는 안 좋은 평가들이 많다. 정부의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까지 인공지능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형 의료기관의 진료정보는 올해 중 연동하게 되어 2025년부터는 수술기록, 검사결과 등을 내려받을 수 있어 활용성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정보사업을 하다 보니 여전히 한계가 있다. 진료 기록은 최근 3년만 제공되고 복약 정보는 1년치밖에 제공되지 않는다. 필자의 부친은 전립선 비대증으로 10여 년 이상 약물을 복용했고 병원을 변경하면서 약이 바뀌어 과거에 부작용이 있는 약의 명칭이 무엇인지 알고자 했다. 내 건강 기록 앱을 휴대폰에 설치하고 2년 전 복용 약을 검색하려 하니 최근 1년치밖에 제공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또한 CT·MRI 영상 등 의료영상전달시스템(PACS; 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에 있는 영상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분석할 수 있는 고급 정보는 빠지는 것이다. 올해 정기 건강검진에서 안저검사 상 드루젠이라는 황반 이상이 처음으로 나왔다.지난해에는 정상이었다. 그러나 안저검사 영상을 모두 내려받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면 1년 만에 갑자기 생긴 노화 현상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 PACS에 존재하는 오리지널 영상 데이터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는 전화 진료이다. 환자가 자기의 의료 정보를 전달할 방법이 없으며 자기의 증상을 전화로 설명하는 것이다. 평상시 복용약에 대해서 의사가 물어봐도 기억에 의존해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라이프시맨틱스의 '닥터콜'은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중 최초로 '나의 건강 기록' 앱과 연동해 자기의 약물 정보를 비대면 진료 의사한테 제공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의견은 본인이 직접 병원의 진료 기록을 내려받더라도 관리가 어렵고 해석할 수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서비스를 대행해 주겠다는 개인 건강 기록(PHR) 기반 의료 ·헬스케어 인공지능 전문 기업이 많이 등장했다. 개인이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려면 자기의 데이터를 자기가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의 평생 건강 의료 정보를 모아 놓은 '헬스아바타'는 나 자기 뿐 아니라 어떤 의사보다 나의 건강 상태를 종합으로 잘 알아서 개인 맞춤 검진, 예방, 치료를 할 수 있게 한다. 정밀의학과 인공지능 시대에 이제 소비자가 나서서 자기의 의료 데이터 권리를 찾아야 할 때이다.
<※이 글은 이영한 등 27인(2024.10.), ‘2025 대한민국 대전망’, 케이북스의 내용을 근거로 작성됐다>
강건욱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