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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대 산업협회 "미국산 칩 안전하지 않다"...국산 칩 사용 촉구

반도체 칩이 있는 중국 국기의 일러스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칩이 있는 중국 국기의 일러스트.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산업계가 미국산 칩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국산 칩 사용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통신기업협회·중국인터넷협회·중국디지털경제산업협회·중국자동차공업협회 등 중국 4대 산업협회는 공동 성명에서 "미국산 칩 구매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중국 기업들에 미국산 칩 구매에 신중을 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칩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로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칩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미국이 중국 칩 제조업체인 '나우라 테크놀로지 그룹'을 포함한 140개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직후에 나온 것이다. 이는 미국이 지난 3년 동안 중국 반도체 산업에 가한 세 번째 제재로,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중국 산업협회들은 미국산 칩 대신 국내에서 생산된 칩을 사용하거나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칩을 구매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중국 정부에 대해서는 국가 중요 정보 인프라의 공급망 안전을 점검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AMD·인텔 등 중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수출 통제 강화로 인해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미국산 반도체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수출 통제는 국가 안보 목표에 한정되어야 한다"며 미·중 양국 정부에 규제 확대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 산업계는 미국의 규제가 국가 안보를 넘어 중국 반도체 산업 전체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마이크론·인텔 등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중국의 조사를 문제 삼으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에 대해서는 "내정 간섭"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기술 자립을 위해 국산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리비움 차이나(Trivium China)의 톰 넌리스트 부소장은 "중국이 이제 장갑을 벗었다"며 미·중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를 언급하며,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