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뒤 탄핵 정국으로 치달으며 혼란한 가운데 지구 반대편 프랑스에서는 미셸 바르니예 총리가 하원 불신임안 통과로 4일(현지시각) 축출되면서 62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붕괴라는 상황을 맞았다.
총리 사퇴
바르니에 총리는 5일 아침 곧바로 사퇴했다.
하원에서 전날 밤 극좌 신인민전선(NFP) 연합과 마리 르펜의 극우 국민전선(RN)이 합심해 하원의원 331명의 찬성으로 정부 불신임안이 통과되자 5일 아침 자리에서 물러났다.
바르니에 내각이 의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충돌이 결국 정부 붕괴로 이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바르니에 내각은 정부 재정적자를 줄이는데 집중해 내년 세금을 인상하는 대신 복지 지출은 줄이는 강수를 뒀다. 총선에서 민심이 이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이를 강행하다 결국 좌초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여당인 중도우파 앙상블의 의석 수를 늘리기 위해 실시한 조기 총선이 되레 야당 의석을 대거 늘리는 계기로 작동하면서 결국 이번 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 됐다.
정부 공백, 수개월 갈 수도
마크롱은 가능한 오는 7일 이전에 새 총리를 뽑을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등이 화재에서 복원돼 7일 다시문을 여는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소식에 참석하기 전에 총리는 뽑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극우와 좌파를 배제한 마크롱의 총리 인선은 야당의 벽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
이달 말까지 내년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프랑스 정부는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돈이 없어 재정지출을 하지 못해 기능이 마비되는 ‘셧다운’에 직면할 수도 있다.
CNBC에 따르면 ING의 프랑스·스위스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샬럿 몽펠리에는 4일밤 분석노트에서 “프랑스가...새로운 정치적 불안정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몽펠리에는 마크롱이 새 총리를 지명해야 하지만 현재 의회가 극우, 중도보수, 좌파 등 3개 세력으로 극도로 분화돼 있어 의회의 불신임안을 견딜 수 있는 후보를 찾기가 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 총선
애널리스트들은 마크롱이 새 총리를 단기간에 찾아낸다고 해도 단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 새로운 총선으로 의회를 다시 구성하기 전까지 과도기를 맡을 임시 총리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다.
정치 위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은 내년 총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총선 가능성을 75%로 판단하고 있다.
총선 시기는 이번 조기총선 1년째가 되는 내년 7월로 예상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총선을 전제로 프랑스 국회는 올해 예산안을 내년에도 연장해 적용하는 방안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도 내년 예산안을 둘러싸고 진통이 계속되자 하원의장이 중재에 나서 민주당과 함께 지난 10월 마감한 2024 회계연도 예산안을 새 예산안이 통과될 때까지 연장해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지금 예산을 내년으로 연장해 적용하면 셧다운 위기는 피할 수 있지만 막대한 재정적자라는 문제 해결은 더 멀어진다. 프랑스 재정적자는 올해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6.1%에 이르렀고, 대응책이 나오지 않으면 상황은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평온
정국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지만 금융 시장은 외려 평온한 모습이다.
프랑스 시장에 이런 혼란에 대한 우려가 이미 반영돼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일비 0.006%포인트 오른 2.889%로 큰 변동이 없었다.
프랑스 파리 주식시장의 CAC40 지수는 외려 상승했다. CAC40은 27.26포인트(0.37%) 상승한 7330.54로 마감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케이트 마셜 애널리스트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수천 기업들은 다양성이 광범위해 이런 위험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나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