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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에 이어 '탄핵 정국'…산업계 불확실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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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에 이어 '탄핵 정국'…산업계 불확실성 확대

비상계엄과 탄핵안 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반도체 특별법 국회 통과가 지연될 가능성 커져
원·달러 환율 상승 등 경제 지표 날로 나빠져
"정부 역할 제한적으로 기업들 각자도생해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7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7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가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컨티전시 플랜(비상전략) 마련에 나섰다. 반도체법과 예산안 등 경제 의제 논의가 뒤로 미뤄지는 것은 물론 환율 상승 등 여러 파장이 우려된다. 기업들도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 대응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기업들 경영 환경에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을 우려하면서도 각자도생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8일 정·재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안 부결로 정부·여당과 야당이 추진하던 주요 경제법안 논의가 멈춰섰다. 반도체 산업 재정 지원과 세액 공제 등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과 전력망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전력망 특별법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비상계엄 이후 산자위와 법안소위에서 반도체법 등 경제 관련 법안 논의가 완전히 정지됐다"고 말했다.
경제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 채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 서울 외환시장 주간거래 종가 대비 9.1원 오른 1419.2원에 거래를 마쳤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돼야 환율시장 등 경제 상황이 안정될 것"이라며 "정부가 재정정책을 펴는데 부담이 커져 민생 지원과 반도체 등 산업 지원 정책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재계는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불안한 정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사업·투자계획과 자금 조달방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 등을 잇달아 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들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현대차그룹은 다음 주 해외 권역본부장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LG그룹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차별화된 미래 사업 역량 확보와 성장 기반 구축 방안을 모색한다. 경기 침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에 더해 정치 환경 불확실성이 더해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 자체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시장 금리, 주가 전부 다 변동성이 커졌고 이런 모습이 지속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 해결되든 간에, 실물경제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수출 또한 상당한 타격을 받는 등 전반 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대외신인도(국가의 대외 신용도를 평가하는 것을 의미) 하락과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이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이들은 기업들이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밝히며 각자도생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 교수는 "이제 기업들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해주는 수출 금융에 대해서 약간의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 정도 외에는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기업들이 지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도 이제 의사결정을 통해 향후 경영 전략을 짜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렵다. 각 기업이 각자의 네트워크와 전략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김정희 장용석 정승현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