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재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안 부결로 정부·여당과 야당이 추진하던 주요 경제법안 논의가 멈춰섰다. 반도체 산업 재정 지원과 세액 공제 등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과 전력망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전력망 특별법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비상계엄 이후 산자위와 법안소위에서 반도체법 등 경제 관련 법안 논의가 완전히 정지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재계는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불안한 정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사업·투자계획과 자금 조달방안 등을 논의하는 회의 등을 잇달아 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들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시장 금리, 주가 전부 다 변동성이 커졌고 이런 모습이 지속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 해결되든 간에, 실물경제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수출 또한 상당한 타격을 받는 등 전반 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대외신인도(국가의 대외 신용도를 평가하는 것을 의미) 하락과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이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이들은 기업들이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밝히며 각자도생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 교수는 "이제 기업들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해주는 수출 금융에 대해서 약간의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 정도 외에는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기업들이 지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도 이제 의사결정을 통해 향후 경영 전략을 짜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렵다. 각 기업이 각자의 네트워크와 전략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김정희 장용석 정승현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