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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산업 탄핵 퍼펙트스톰] "한숨 더 깊어졌다"…환율 상승에 우는 정유·석유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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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산업 탄핵 퍼펙트스톰] "한숨 더 깊어졌다"…환율 상승에 우는 정유·석유화학

원·달러 환율 전거래일보다 17.4원 급등
원자재를 수입하는 정유·석유화학 영향권
"단기적 영향 적지만, 장기화하면 안 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이미지 확대보기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업황 악화로 어려운 시기인데 탄핵 정국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원가 부담이 커져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큰 손실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지만 장기화될 경우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18분 기준 전거래일 종가(1419.2원) 대비 달러당 17.4원 급등한 1436.6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기준 직전 최고치는 2022년 10월이었다.
이번 환율 상승은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계에 치명적이다. 중동 등지에서 시추한 원유를 100% 수입하는 정유업계에 영향을 미친다. 정유업계의 경우 원유를 달러로 사 온다. 환율 상승에 따른 즉각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SK에너지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 분기 보고서에서 원화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2817억원 깎일 것으로 전망했다.
에쓰오일은 2분기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의 영향으로 순손실을 낸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 시 발생하는 환차손과 환율 하락 시의 영업이익 감소 영향이 리스크 관리의 주요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업체도 영향권이다. 정유보다는 영향이 덜할 것으로 보이지만 고환율이 계속될 경우 원가 부담이 높아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나프타·에틸렌 등을 수입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LG화학은 3분기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손익은 5918억원 감소한다고 분기 보고서를 통해 공시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이번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에 더 취약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업계가 중국발(發)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침체로 판매가 줄어든 상황에서 원가 부담까지 높아진 것이다. 현재 일부 석유화학 업체들은 비주력 제품 생산을 멈추거나 매각하고 있다.

다른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은) 일반적으로 수출산업이다. 수입보다 수출 비중이 더 높아 단기적으로 이득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부담"이라며 "업체들 공장 가동률이 높지 않고 수출이 악화한 상황에서 환율 상승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상태가 길게 가는 것은 원료 구매 측면에서 좋지 않다"며 "수요도 이미 안 좋고 시황도 나쁘다"고 지적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