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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생산 허브 꿈꾼다..."팔려면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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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생산 허브 꿈꾼다..."팔려면 만들어라"

오포·삼성, 현지 생산 투자 확대...애플, 투자 약속 불이행으로 '판매 중단'
애플스토어 입구에 있는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스토어 입구에 있는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동남아시아의 광산물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스마트폰 생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을 팔려면 인도네시아에서 만들어라'라는 전략으로, 이는 현지 생산을 통해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을 동시에 잡겠다는 목표라고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려는 기업들에 현지 생산 비율을 최소 35%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인도네시아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시카랑에 공장을 운영하며 현지 생산에 적극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과 함께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인도네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포는 2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샤오미, 비보, 삼성이 그 뒤를 이었다.

오포는 탕그랑에 위치한 공장에서 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해외 생산 기지로 성장했다. 오포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인도네시아에는 스마트폰 공장이 없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시장 성장 잠재력에 힘입어 스마트폰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기업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은 아니다. 애플은 완제품을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고, 대신 인재 개발 투자를 통해 현지 콘텐츠 요건을 충족해왔다. 그러나 최근 애플이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지 않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이폰16 시리즈 판매를 중단하는 강경 조치를 했다. 현재 양측은 현지 생산 투자를 포함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의 현지 생산 정책이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스마트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부품 및 소재의 대부분을 여전히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완전한 공급망 구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네시아는 넓은 국토와 수많은 섬으로 이뤄져 있어 효율 높은 공급망 구축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대만 전자제품 제조업체 페가트론은 2018년 바탐에 공장을 설립했지만, "수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지리 특성상 공급망 클러스터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 또한 이러한 이유로 인도네시아 현지 생산에 난색을 보인다. 애플은 이미 베트남, 태국, 인도 등에 생산 기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생산 기지 확장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장기로는 자국을 지역 생산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베트남과 인도 등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인도네시아가 스마트폰 생산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