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수위와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 정책들이 결국에는 미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반면 대부분 이코노미스트들은 그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패의 역사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불만을 가질 때마다 미 대통령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12일(현지시각) 역대 미 대통령들이 여러 정책들을 동원했지만 성공과 실패가 늘 혼재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들이 극히 제한적인 데다가 자칫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은 일본의 예에서 보듯 각 경제 주체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오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탄핵 직전 하야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던 리처드 닉슨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가격 통제에 나섰다. 그러나 오래 가지는 못했고, 부작용이 컸다. 통제 당시에는 물가가 잡혔지만 여러 부작용때문에 통제가 풀리자마자 물가는 더 큰 폭으로 뛰었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지금 당장 인플레이션에 채찍을’이라는 캠페인을 벌였다가 조롱만 당했다.
역대 가장 훌륭한 ‘전 대통령’이라는별명이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80년 3월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설득해 신용카드를 비롯해 대출 같은 신용을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는 방안을 도입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 여파로 지출이 급감하고 대량 해고 사태가 촉발됐다. 결국 넉 달 뒤인 같은 해 7월 이 조처는 철회됐다.
인플레이션, 어떻게 잡아야 하나
인플레이션을 잡는 방법은 말로는 쉽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방법으로 혁신을 높이고, 규제 부담을 완화하며,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중장기적인 처방으로 단기에는 별 효과가 없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는다.
그렇지만 이 방법으로 인플레이션을 언제나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팬데믹 기간에 목격했던 공급망 차질, 전쟁, 자연재해, 또는 중앙은행의 정책 판단 착오 등 백악관이 통제할 수없는 외부 요인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
관세·불법 이민 추방
트럼프는 기름값을 낮추겠다며 미국 내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천연가스 해외 수출 재개 등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런 조처가 없어도 기름값은 떨어질 전망인 데다 환경규제가 완화돼도 미 화석연료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생산을 늘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내년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 여건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클린 에너지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IEA는 설명했다.
대신 트럼프 공약이 미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우선 관세를 들 수 있다.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의 보편 관세가 아니더라도 멕시코와 캐나다에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25% 관세, 중국에 10% 추가 관세 만으로도 인플레이션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세는 대개 일회성으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친다. 관세율이 오르지 않는 이상 한 번 오른 수입가격이 그대로 지속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측이 강조하는 얘기다.
또 관세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물가를 낮추기도 한다.
관세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하면 수요가 둔화되고 이에 따라 해당 제품 가격이 하강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또 미국의 관세로 수출국이 미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물리면 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수출이 어려워진 제품들이 미 시장에 풀리면서 공급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도 가능하다.
아울러 미 달러가 다른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 수출은 어려워지겠지만 수입 물가는 낮아질 수 있다.
이 경우 물가가 떨어지는 것이 미 경제에는 보탬이 되지 않고,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러나 이미 팬데믹 기간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미국인들이 물가가 오르기 전에 구매에 나서기로 하면 인플레이션은 이후에도 뛸 가능성이 높다.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 쇼핑 대목 기간 소매업체들은 관세가 붙기 전에 지금 당장 구매하라고 소비자들을 부추기기도 했다.
불법 이민 추방도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요인으로 지목된다.
골드만삭스는 건설분야의 불법 이민자 비중은 약 13%, 도축업 부문의 불법 이민자 비중은 16%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이 일시에 사라질 경우 임금이 높은 합법적인 노동자들을 고용해야 하고, 이에 따라 건축 비용, 도축 비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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