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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약속대로 인플레 낮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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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약속대로 인플레 낮출 수 있을까

트럼트의 디트로이트 이코노믹 클럽 연설 장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트의 디트로이트 이코노믹 클럽 연설 장면.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승리 핵심 배경이었던 미국인들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불만이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완화될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인수위와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 정책들이 결국에는 미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는 반면 대부분 이코노미스트들은 그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모두 인플레이션을 더 떨어뜨리는 일이 오랜 시간이 필요한 지루한 작업이 될 것임을 예고한 가운데 트럼프가 약속한 것처럼 미국인들의 생활 물가만을 콕 집어 떨어뜨리는 것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패의 역사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불만을 가질 때마다 미 대통령들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12일(현지시각) 역대 미 대통령들이 여러 정책들을 동원했지만 성공과 실패가 늘 혼재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들이 극히 제한적인 데다가 자칫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은 일본의 예에서 보듯 각 경제 주체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오랜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탄핵 직전 하야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던 리처드 닉슨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가격 통제에 나섰다. 그러나 오래 가지는 못했고, 부작용이 컸다. 통제 당시에는 물가가 잡혔지만 여러 부작용때문에 통제가 풀리자마자 물가는 더 큰 폭으로 뛰었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지금 당장 인플레이션에 채찍을’이라는 캠페인을 벌였다가 조롱만 당했다.

역대 가장 훌륭한 ‘전 대통령’이라는별명이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80년 3월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설득해 신용카드를 비롯해 대출 같은 신용을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는 방안을 도입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 여파로 지출이 급감하고 대량 해고 사태가 촉발됐다. 결국 넉 달 뒤인 같은 해 7월 이 조처는 철회됐다.

인플레이션, 어떻게 잡아야 하나


인플레이션을 잡는 방법은 말로는 쉽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방법으로 혁신을 높이고, 규제 부담을 완화하며,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중장기적인 처방으로 단기에는 별 효과가 없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는다.

그렇지만 이 방법으로 인플레이션을 언제나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팬데믹 기간에 목격했던 공급망 차질, 전쟁, 자연재해, 또는 중앙은행의 정책 판단 착오 등 백악관이 통제할 수없는 외부 요인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

관세·불법 이민 추방


트럼프는 기름값을 낮추겠다며 미국 내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환경규제를 완화하고, 천연가스 해외 수출 재개 등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런 조처가 없어도 기름값은 떨어질 전망인 데다 환경규제가 완화돼도 미 화석연료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생산을 늘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내년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 여건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클린 에너지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IEA는 설명했다.

대신 트럼프 공약이 미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우선 관세를 들 수 있다.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의 보편 관세가 아니더라도 멕시코와 캐나다에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25% 관세, 중국에 10% 추가 관세 만으로도 인플레이션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세는 대개 일회성으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친다. 관세율이 오르지 않는 이상 한 번 오른 수입가격이 그대로 지속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측이 강조하는 얘기다.

또 관세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물가를 낮추기도 한다.

관세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하면 수요가 둔화되고 이에 따라 해당 제품 가격이 하강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또 미국의 관세로 수출국이 미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물리면 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수출이 어려워진 제품들이 미 시장에 풀리면서 공급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도 가능하다.

아울러 미 달러가 다른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 수출은 어려워지겠지만 수입 물가는 낮아질 수 있다.

이 경우 물가가 떨어지는 것이 미 경제에는 보탬이 되지 않고,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러나 이미 팬데믹 기간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미국인들이 물가가 오르기 전에 구매에 나서기로 하면 인플레이션은 이후에도 뛸 가능성이 높다.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 쇼핑 대목 기간 소매업체들은 관세가 붙기 전에 지금 당장 구매하라고 소비자들을 부추기기도 했다.

불법 이민 추방도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요인으로 지목된다.

골드만삭스는 건설분야의 불법 이민자 비중은 약 13%, 도축업 부문의 불법 이민자 비중은 16%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이 일시에 사라질 경우 임금이 높은 합법적인 노동자들을 고용해야 하고, 이에 따라 건축 비용, 도축 비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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