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불모지로 알려진 파키스탄이 전기차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전기차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권에 걸쳐있는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이들 지역의 전기차 메카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인도,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에 이은 세계 5위 인구대국이다.
14일(현지시각) 홍콩의 유력 영자 일간 아시아타임스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신에너지차(NEV)의 보급률을 오는 2030년까지 30%로 대폭 끌어올리고 오는 2060년까지 ‘탄소제로’ 국가로 부상한다는 목표 아래 글로벌 전기차 제조업체들에 대한 투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NEV는 100% 배터리로 구동되는 순수전기차(BEV)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카(HEV), 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 수소 자동차 등 폭넓은 의미의 친환경 자동차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파키스탄이 투자 유치에 가장 열을 올리는 대상은 중국이다.
가장 눈에 띈 행보는 파키스탄 유수의 재벌기업이자 최대 민간 공공서비스 기업인 허브파워를 계열사로 둔 메가그룹이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인 비야디와 함게 파키스탄 내 전기차 사업을 함께 추진키로 합의한 일이다.
메가그룹은 이어 지난 8월 비야디 최초의 파키스탄 내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이 공장은 파키스탄 최초의 본격적인 NEV 차량을 생산하기 위한 시설로 오는 2026년부터 가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 기업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비야디가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파키스탄이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파키스탄에 있는 비야디 공장에서 만든 전기차를 파키스탄 시장에 공급키로 한 대목이다.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양사의 합작 사업이 파키스탄의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차원에서 성사됐다는 뜻이다.
또 다른 중국 전기차 제조사인 창안자동차와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계열의 저가형 전기차 브랜드인 MG도 파키스탄 진출에 합의했고 중국의 전기 모터바이크 업체인 아이마도 지난 10월 파키스탄 시장에 진출했다.
파키스탄이 중국 업체들을 주된 대상으로 투자를 적극 유치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에서 지리적인 이점을 가진 파키스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어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반조립 부품을 제공받고 니샤트가 최종 조립해 파키스탄 시장에서 판매하는 내용의 협약을 지난 2017년 체결해 현대니샤트모터스라는 합작법인을 출범시킨 파키스탄의 니샤트그룹은 이 협약에 따라 지난 3월 현대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을 현대니샤트 공장에서 생산해 파키스탄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현대차의 도움을 받아 파키스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일이 가시화됐다는 뜻이다.
같은 맥락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도 아울러 추진되고 있다.
아와이스 레가리 파키스탄 에너지부 장관은 아시아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의 전기차 보급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파키스탄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기 위한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