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기업들 관세 정책 수정 요구 수용 안 해

미국 주요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에 관세 정책의 수정 또는 완화를 요청하고 있으나 그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는 관세 정책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가 요지부동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 기업들은 막후에서 관세 정책을 완화하거나 수정해 달라는 요청을 트럼프 당선인 측이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관세 부과의 예외를 인정받으려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WSJ가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의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는 60%의 관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그는 이어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에 중국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필요한 서류에 서명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를 향해 “새로운 자체 통화든, 기존 통화든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수출시장과 작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5국이 2009년 결성한 연합체로 최근 들어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가입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과 접촉하고 있으나 아직 좌절을 겪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체로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있어 그의 참모진조차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로 밤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세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어 그의 핵심 측근들조차 사전에 관련 정보를 알지 못했다고 이들이 밝혔다.

미국과 세계의 주요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과정에서 밝힌 관세 정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에 따른 다방면에서 무역전쟁 발발과 인플레이션 상승 등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 관세는 미 기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특히 제품이나 부품을 외국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은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경제계가 예상한다.

일부 기업과 공화당 정치인은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다른 국가의 양보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술로만 쓰고 실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사이인 톰 코튼 상원의원은 최근 WSJ 주최 행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와 멕시코와 협상이 잘 되면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기업들이 미국 의회와 트럼프 측에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로비회사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LG전자 미국법인이 무역과 공급망 현안을 로비하기 위해 대관업체 캐피털 카운슬과 최근 계약했다고 소개했다.

반도체 제조사 글로벌파운드리도 로비회사 코젠 오코너를 고용했다. 멕시코에서 맥주를 만들어 미국으로 수입하는 업체인 컨스털레이션 브랜드는 공화당과 가까운 컨설팅 회사와 계약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