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여파 속에 러시아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계속 급등하면서 러시아 중앙은행(CBR)이 오는 20일 기준금리를 200bp(2%포인트, 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지난달 미국의 새로운 제재로 러시아 루블화가 한층 약세를 보인 점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러시아 3대 은행인 가즈프롬 은행과 해외 자회사 6곳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기업 및 개인과의 거래를 금지시켰다.
루블화는 지난달 폭락 이후 최근 몇 주 동안 반등했지만, 지난 한 달 동안 달러 대비 약 3% 하락했다.
애널리스트 알렉산드로 프로코펜코와 알렉산더 콜리안드르는 카네기 폴리티카 분석에서 "루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은 전쟁과 그에 따른 서방의 제재 및 러시아 경제의 군사화 때문"이라면서 "러시아 금융 당국은 이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으며 심지에 이 문제에 대해 공개로 말하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CBR이 20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00bp 올린 23%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리암 피치 선임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투자자 노트에서 "11월 러시아 인플레이션이 전년 대비 8.9%로 다시 가속화했고 향후 몇 달 동안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또 한 차례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2025년 말까지 전년 대비 9.0%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며 "최근 기업들의 물가 기대치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으며 다시 급격한 금리 인상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0bp 금리 인상이 기본 시나리오지만, 더 큰 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CBR은 지난 10월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200bp 인상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CNBC는 러시아 정부가 물가 급등의 원인을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들의 제재 탓으로 돌리고 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과 생산 비용이 연쇄 상승했고 이러한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