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운업계도 트럼프의 발언이 낳을 파장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22일(이하 현지 시각)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파나마 운하는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중요한 국가 자산으로 간주된다”면서 “그러나 파나마 정부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미 해군 군함과 미국 선박에 부과하는 통행료는 완전한 바가지이므로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에 대한 환수 가능성을 시사하자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파나마 운하와 그 인접 지역은 파나마 국민의 독점적 재산이므로 단 1㎡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해 트럼프의 엄포에 맞대응할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파나마 운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이 운하가 지닌 지정학적 중요성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나마 운하와 그 주변은 전 세계 해상 물류의 핵심 경로로,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파나마에 관대함을 베풀었다는 주장은 파나마 운하의 건설 역사를 감안하면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파나마 운하는 당초 프랑스가 건설을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해 미국이 지난 1903년 ‘파나마-미국 조약(헤이-부나우바리야 조약)’을 통해 파나마로부터 운하 건설 및 영구적 사용에 관한 권리를 획득한 뒤 파나마 운하 건설을 마쳐 지난 1914년에 개통한 운하다.
이에 따라 지난 1914년부터 1977년까지 파나마 운하의 운영을 미국이 맡았으나 파나마가 운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양국 간 갈등이 지속됐다.
양국의 갈등은 지난 1977년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를 파나마에 넘겨주는 조약에 서명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봉합됐고, 이를 계기로 운하의 소유 및 운영권은 파나마 정부로 넘어갔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가 바가지 수준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 정부기관인 ‘파나마 운하청(ACP)’이 관리하며 통행료는 선박의 크기, 종류, 적재량 등에 따라 책정된다. 통행료 체계는 모든 운하 이용국에 동일하게 적용되며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차별적인 요금 부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파나마 운하청이 통행료를 인상할 때마다 해운업계에서는 종종 반발이 있었다.
예를 들면 지난 2021년 파나마 운하청이 예약 시스템 요금을 인상하려 하자 한국해운협회도 재고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 인상은 전 세계 해운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인데다 일부 국가나 기업에서는 통행료가 과도하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파나마 운하청은 통행료 인상은 파나마 운하의 유지 보수 및 확장, 운영 비용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파나마가 미국에만 특별히 높은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이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 인상에 대한 국제 해운업계의 우려와 반발은 실제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