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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민 목 죄는 고양시의회와 집행부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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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민 목 죄는 고양시의회와 집행부 대립

법정계획 예산부터 도시 미래 예산까지 무더기 삭감

강영한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강영한 기자
최근 고양특례시의회와 지자체 집행부 간의 대립이 상식의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이번 2025년도 예산 삭감 결정은 그 갈등의 정점을 보여줬다. 시민의 삶과 직결된 법정계획 예산부터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주요 사업 예산까지 무더기로 삭감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양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의회와 집행부가 각자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동안 고양시는 그저 퇴행의 시간만 보내고 있을 뿐이다.

정치적 대립, 고양시를 희생양으로 삼다


의회가 삭감한 201억 원의 예산은 단순한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삭감의 대상에는 도시기본계획 재수립과 도로건설관리계획 같은 법정계획 예산이 포함돼 있다. 이는 도시의 발전과 관리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적인 사업으로, 재개발과 재건축, 신도시 재정비 등 고양시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들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법적으로 수립해야 할 계획조차 삭감하는 의회의 결정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으로 200억 원의 국비를 확보한 거점형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예산 70억 원도 삭감되었다. 재난 대응 시스템과 지반 침하 감지 등 시민 안전을 위한 첨단 시스템 구축 사업이 의회에 의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국비 매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토부의 지원금 감액과 사업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는 고양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보 예산 삭감, 시민과의 소통 차단

의회는 홍보 예산도 대거 삭감했다. 세계도시포럼 예산 6억 원을 포함해 고양시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고 도시 브랜드를 알리는 데 필수적인 사업들이 줄줄이 삭감됐다. 심지어 경제자유구역 추진 홍보와 문화예술행사 홍보까지 모두 잘려나갔다. 의회의 이러한 결정은 단순히 예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고양시가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미래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홍보 예산 삭감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시민들과의 소통 창구가 줄어들어 시의 정책과 사업이 투명하게 전달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행정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고양시의 이미지를 훼손할 뿐이다.

의회와 집행부, 누구 위한 싸움인가


의회의 예산 삭감 결정은 시민들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정치적 대립의 산물로 보인다. 삭감된 예산 목록은 고양시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들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도 의회는 실현 가능성 부족과 타당성 결여라는 명분을 내세워 예산을 잘라냈다.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라면 그 근거를 투명하게 제시하고, 시와 협력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의회의 책무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행태에 가깝다.

시민들은 의회와 집행부의 반복되는 싸움에 점점 더 큰 실망을 느끼고 있다. “왜 고양시는 늘 이런 논란에 휩싸여 있어야 하나요?”라는 한 시민의 말처럼, 의회와 집행부의 대립은 고양시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양시 미래 위한 협치가 필요하다


의회와 집행부는 더 이상 고양시를 정치적 갈등의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삭감된 예산 중 상당수는 시민 안전과 도시 발전에 직결된 필수 사업들이다. 의회는 책임 있는 자세로 시와 협력해 대안을 마련하고,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

고양특례시는 발전 가능성이 큰 도시다. 그러나 지금의 대립 구도는 고양시의 잠재력을 잠식하고 있다. 의회와 집행부 모두 시민을 위한 진정한 봉사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양시의 미래는 그저 퇴행과 낙후로 점철될 뿐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기다릴 여유가 없다.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