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관세 장벽을 높이겠다고 선언했음에도 멕시코는 오히려 ‘위기가 기회’라는 자세로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예고로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나 멕시코는 이같은 위협이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보고 있으며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향후 미국과 경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
28일(현지시간)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트럼프의 관세폭탄 위협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실제로 시행하기보다는 미국 내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발언에 가깝다”면서 “멕시코는 이번 위협을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 협상 기회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미국과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되더라도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관세 위협이 실현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도 했다.
특히 자동차, 전자제품, 농산물 등 미국으로 수출되는 핵심 품목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미국 기업들이 멕시코 내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다음달 취임하는 즉시 멕시코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지난달 2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언한 바 있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멕시코는 미국과 약 8000억달러(약 1056조원)에 달하는 무역 거래를 기록하며 미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이는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멕시코가 차지하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트럼프의 발언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기류가 있다.
비영리 경제전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의 마타 리베라 수석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당선자는 과거에도 관세 위협을 정치적 협상 카드로 사용한 적이 있다”면서 “이번의 관세 위협 역시 실행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또 멕시코가 미국 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경제적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경제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 내 주요 자동차 및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이 멕시코에 다수의 생산시설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멕시코 기업들 사이에서도 트럼프의 관세 위협을 지나친 공포보다는 새로운 경제적 기회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다.
멕시코제조업협회(INA)의 라몬 페르난데스 회장은 “트럼프의 발언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멕시코는 미국 시장에서의 경제적 입지를 더욱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실제로 멕시코는 최근 몇 년간 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자국 내 제조업 및 수출 산업을 강화해왔으며 미국 기업들 역시 멕시코의 저렴한 인건비와 효율적인 공급망 시스템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지만 결국 양국이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뤄낸 사실도 멕시코가 믿는 구석이라는 지적이다.
당시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자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