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유럽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실용적 경제 협력 우선해야"
유럽연합(EU)이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한국과 일본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벨기에 소재 윌프리드 마르텐스 유럽연구센터의 에오인 드레아 선임연구원은 12월 31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EU·한국·일본의 협력 강화가 '기회의 삼각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드레아 연구원은 트럼프의 재선으로 EU·한국·일본이 공통의 경제적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미·중 양국에 대한 높은 무역 의존도, 천연자원 부족, 미국의 안보 보장에 따른 취약성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특히 EU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수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폭스바겐, BMW 등 자동차 업체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리스크 해소에 따른 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EU·한국·일본은 이미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협력 기반을 갖추고 있다. 2011년 EU-한국 FTA와 2019년 EU-일본 경제동반자협정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금은 거창한 지정학적 야망보다 구체적 경제 성과에 집중할 때"라며 실용적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핵심원자재동맹 구축, EU의 연구혁신 프로그램 'Horizon'을 통한 AI·양자컴퓨팅 공동연구 등이 우선 과제로 꼽혔다.
특히, EU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중국 무역 경험이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 발전 경험과 일본의 경제안보전략도 EU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자력·전기차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드레아 연구원은 "서울과 도쿄가 브뤼셀을 다룰 때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U가 지정학과 권력 극대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규칙기반 접근에서 경쟁 중심 세계로의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의 세기는 지났다"며 "이제 아시아 동맹국들이 EU에 새로운 길을 보여줄 때"라고 결론지었다.
EU·한국·일본 간 '기회의 삼각형' 협력 제안이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한 국제통상 연구원은 "한국이 EU와 일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양측과 모두 FTA를 체결한 한국이 실질적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의 방위산업과 첨단기술 분야 경쟁력이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의 방산수출 성공 경험과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경쟁력이 EU·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미·중 갈등 속 새로운 경제 질서 형성에도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이 EU·일본과 함께 새로운 경제 블록을 형성함으로써 미·중 양강 구도에 대한 새로운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정학적 야망보다는 구체적 경제 성과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