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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최대 시장 인도네시아, VAT 인상 후퇴로 재정 불확실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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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최대 시장 인도네시아, VAT 인상 후퇴로 재정 불확실성 커져

사치품 외 일반품목 현행 11% 유지...세수 확대 난항 예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스카이라인 전경.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스카이라인 전경.사진=로이터
인도네시아가 새해 초부터 부가가치세(VAT) 정책을 두고 혼선을 빚으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VAT 전면 인상(11%→12%)을 시행 직전 철회하고 사치품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정부는 VAT 12% 적용 대상을 4리터 이상 차량, 대형 오토바이, 고급 부동산(300억 루피아 이상), 요트 등 사치품으로 한정했다. 이들 품목에는 이미 10~200%의 사치세가 부과되고 있어 실질적인 세수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달 중순 정부가 쌀, 육류, 생선 등 필수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프리미엄' 상품에 12% VAT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지 2주 만에 나온 것이다. 이러한 정책 번복은 공공재정 운영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전체 정부 수입의 28%를 VAT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G38 국가 평균(21%)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25%)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2025년 국세 목표액을 2조 189조 루피아로 설정했으며, 이 중 609조 루피아를 VAT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경제금융개발연구소(Indef)의 에스더 스리 아스투티 전무는 "정부 수입의 약 30%가 VAT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를 통한 세수 확대 압박이 큰 상황"이라며 "베트남처럼 낮은 VAT율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세원을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GDP 대비 세금 징수율은 12.1%로 OECD 평균(34%)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평균(19.3%)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천연자원 로열티세 인상이나 초부유층 증세 등 대안적 세원 발굴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VAT 인상 철회는 기업들에 혼란을 주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미 12% VAT 적용을 위해 가격 및 청구 시스템을 업데이트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리오 우토모 국세청장은 이와 관련해 소매 부문과의 논의를 통해 포괄적인 시스템 조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소비자들은 대체로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학생과 노조는 VAT 인상에 항의하며 '구매 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서부 자바주 반둥의 한 교사는 "정부가 대중의 우려를 경청한 것에 감사하다"면서도 "초기 발표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부가가치세 정책 번복 사례는 한국의 조세정책과 신흥국 시장 진출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조세정책 수립 시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은 기업의 혼란과 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이 추진 중인 재정 건전화 정책에서도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둘째, 동남아시아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의 재정 불안정성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의 주요 진출 시장인 인도네시아의 재정 건전성 악화는 현지 진출 기업들의 경영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현지 법인들의 리스크 관리 강화가 요구된다.

셋째, 신흥국 시장의 정책 변동성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 인도네시아 사례는 신흥국 특유의 정책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들은 신흥국 진출 시 이러한 정책 리스크를 고려한 유연한 사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조세정책과 물가의 연관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가가치세 인상 계획만으로도 물가상승 우려가 확산한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조세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