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8일(현지시각) 런던 시장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블룸버그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기준물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14bp(0.14%포인트) 급등한 4.82%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영국의 30년물 국채 수익률도 전일 거래에서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5.36%까지 치솟았다.
채권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채권 가격 하락과 함께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이날 달러 대비 1% 넘게 하락하며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의 차입 증가, 성장 둔화와 완고하게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10월 예산안 이후 영국 국채 매도세를 부추긴 요인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 상승 전망 탓에 시장에서는 올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치도 낮췄다.
RBC의 메검 무히크 전략가는 "이는 건전한 움직임이 아니다"면서"부채 지속 가능성, 인플레이션의 부활, 잠재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트럼프의 정책을 둘러싼 우려가 모두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한 우려 속에 최근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국채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루스 그레고리는 "국채 금리 상승은 현재 예산안에 대한 영국 재무부의 여유 공간이 이제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채권 수익률이 계속 높게 유지된다면, 재무장관은 예산 정책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 시정 조치를 발표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수익률의 수혜를 입는 국채와 파운드화의 동시 매도세가 2022년 리즈 트러스 총리의 불운한 '미니 예산'으로 시장이 타격을 입은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최근의 영국 국채 금리 상승은 2년 전 리즈 트러스 총리의 재앙같은 ‘미니 예산’ 당시와 같은 속도로 국채 매도세를 촉발하지는 않았지만,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으며 지출 계획 재원을 마련하려는 영국 정부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ING의 크리스 터너 금융시장 책임자는 "영국 국채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파운드화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면서 "일부 투자자는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다른 주요 통화보다 더 회복 탄력적일 것이라는 최근의 베팅을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터너는 "외환 트레이더들은 국채 시장을 주시하고 있으며 2022년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지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예산책임국(OBR)은 오는3월 26일 채권 수익률 변동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재정 전망을 발표한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