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항공업계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이에 대한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경제신문 닛케이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일본 내 2위 정유사 이데미츠코산은 재생항공연료(SAF)의 원료가 되는 열대식물인 퐁가미아의 상업 생산을 위해 미국 기업 출자를 단행했다고 9일 밝혔다.
SAF는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생산되어야 하며 주로 팜유, 대두유, 옥수수유 등을 원료로 한다.
이데미츠가 출자한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점을 둔 농업 서비스 회사인 테르비바(Terviva)로, 이를 위해 이데미츠와 테르비바는 호주 퀸즐랜드주에서 퐁가미아 재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퐁가미아 씨앗에서 기름을 추출해 SAF의 원료로 사용하는 한편 껍질과 찌꺼기를 바이오매스 발전의 연료나 사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며, 이데미츠는 이번 투자로 2028년부터는 도쿠야마 사업장에서 연간 25만킬로리터의 SAF를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 대형 정유사가 SAF개발에 뛰어든 것은 이데미츠 뿐만 아니다. 일본 내 6위 규모 석유회사 에네오스 홀딩스, 주요 정유사로 손꼽히는 코스모 에너지 홀딩스, 후지 오일, 타이요 오일도 SAF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데미츠를 포함한 이들 5개 일본 기업은 2030년까지 전체 170만~190만 킬로리터의 SAF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타이요 오일은 지난해 11월 항공 부문 청정에너지 수요를 대응하기 위해 오키나와에서 식물 기반 제트 연료를 만드는 데 약 2000억 엔(13억 달러)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SAF 원료를 브라질, 미국 및 기타 지역의 사탕수수와 옥수수에서 추출할 예정이다.
또 타이요 오일은 2028 회계연도부터 미국에 본사를 둔 란자젯의 알코올-제트 기술을 사용해 연간 22만 킬로리터에 달하는 SAF를 생산할 계획이다. 타이요 오일은 생산량의 일부를 재생 디젤에 할당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 오키나와는 일본 핵심 공항인 도쿄와 오사카에서 멀리 있는 만큼 비용 경쟁력을 위해 대만과 한국에도 생산된 SAF를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타이요 오일의 야마모토 타카히로 사장은 “항공업계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반도체 등 대형화물 운송에서 SAF의 사용량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정유업계가 앞다투어 SAF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정부가 2030 회계연도부터 정유사에게 SAF 공급을 의무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30년 일본 항공업계 제트 연료의 10%인 171만 킬로리터를 SAF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일본 항공업계에서는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 2300만 킬로리터의 SAF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30년 예상 생산량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주요 정유 업체들이 발빠르게 SAF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도 정유업계 뿐만 아니라 SAF양산을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재생 에너지에서 추출한 친환경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합성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대형 공항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카이시는 각 가정에서 사용한 튀김기름 등을 회수해 SAF로 재사용하는 시스템 보급 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플랜트 대기업 닛키 홀딩스와 코스모석유, 바이오 연료 제조업체 레보 인터내셔널이 사카이시와 폐식용유 자원화 촉진 등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들 3사는 지난 2022년 합작회사 '사파이어 스카이에너지'를 설립해 사카이시 내에 자국 내 최초의 SAF 대규모 제조공장을 건설 중이다. 각 가정에서 사용한 식용유를 레보 인터내셔널이 수거해 제조 공장으로 운반한다. 폐식용유를 사용한 SAF는 올해부터 공급을 시작하며, 간사이국제공항에서 우선 시범 사용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회계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 도마츠의 카와무라 준키는 “일본 기업들은 칠레, 호주, 중동 국가 등 재생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와 협력해 SAF 생산에 빠르게 참여해야 시류에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