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책 대변혁기 무방비 K기업]해외 투자 나선 한국 기업들…불확실성 여전

세계 각국의 정부가 경제·투자 정책을 자국 중심으로 개편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투자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리더십 부재의 정부는 관세 부과,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또는 축소 등의 여러 변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계는 이번 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심이 향하는 곳은 트럼프 당선인의 '입'이다. 취임 첫날부터 불법 이민, 관세 부과, 에너지 정책 등 약 100건에 달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보편 관세'가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중국 수입품에는 60% 이상 관세를, 멕시코·캐나다에는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같은 관세 부과가 현실이 되면 국내 기업에 대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관세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상승해 국내 업체들의 제품 경쟁력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에서 가전 공장, 티후아나에서 TV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차량용 전자·전기 장비) 등에 생산기지가 있다.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기아는 몬테레이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캐나다에는 포스코퓨처엠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음극재 핵심 소재인 동박을 만드는 솔루스첨단소재 등도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보편 관세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대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밝히며 대미 수출이 최대 13.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시나리오별 수출 영향을 보면 멕시코·캐나다·한국에 10%, 중국 60% 관세가 부과되면 자동차는 5.9%, 반도체는 7%, 이차전지는 23.6% 수출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멕시코·캐나다에 25%, 한국과 중국 등에 10% 관세가 매겨지면 각각 13.6%, 5.9%, 6.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국내 기업에 보조금 수혜를 주고 있는 칩스법 그리고 IRA 폐지 또는 보조금 규모 축소도 검토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주요 반도체·배터리 기업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는 당장 폐지 또는 축소가 이뤄지지 않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IRA 자문팀인 구자민 커빙턴 앤 벌링 변호사는 최근 트럼프 2.0 배터리 정책 대응 세미나에서 "IRA를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방향성을 제시한 건 맞지만,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새로운 한미 배터리 협력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국회와 정부 차원 예산, 세제, 금융 지원과 입법 지원에 보다 많은 도움과 지원을 당부한다"며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키워나가면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대한 대응을 차분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