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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트럼프의 캐나다·멕시코 25% 관세, 월가는 '블러핑'으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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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트럼프의 캐나다·멕시코 25% 관세, 월가는 '블러핑'으로 평가

두나라 즉각 경기 침체, 무역 전쟁 전면전 비화, 미국 내 휘발윳값 상승 등 파장 예상
미국 월가는 2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월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협상용 엄포로 평가했다. 사진은 고속도로를 이용해 미국 국경을 넘어가려고 달리고 있는 캐나다 트럭.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월가는 2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2월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협상용 엄포로 평가했다. 사진은 고속도로를 이용해 미국 국경을 넘어가려고 달리고 있는 캐나다 트럭.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월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두 나라가 즉각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CNN이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치솟고, 자동차와 수입품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CNN이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두 나라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북미 지역에서 전면적인 무역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고 CNN이 강조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3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급망 체계를 공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조치에 최종적으로 사인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고, 북미 3국 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CNN이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국지전’이 아니라 ‘전면전’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가 블러핑(엄포, bluffing)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월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아직 주식 시장에서 투매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최고경영자(CEO)들이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또 경제 전문가들은 북미 3국의 경제 전망치를 아직 낮추지 않고 있다.

미국 최대 투자 은행 골드만 삭스는 고객에게 보낸 투자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20%가량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인 2019년에도 멕시코에 향후 10일 이내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 그런 조처를 내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 유세에서 취임 첫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했다가 이를 일단 2월 1일로 미뤘다.
전문가들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오는 2026년 7월로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검토 시점을 올해로 앞당기는 데 동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두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월가에서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USMCA의 조기 재협상을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고율 관세 부과 카드도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해 만들어진 USMCA오는 2026년이 법정 재협상 시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 협정을 수정하려고 관세를 동원해 판을 짜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재협상을 통해 무역협정의 자동차 관련 조항을 변경현재 캐나다와 멕시코에 있는 자동차 제조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옮기려 한다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올라 그가 궁지에 몰릴 수 있다. 그는 대선 유세에서 갤런당 2달러 밑으로 휘발유 가격을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에 대한 대표적인 원유 수출국이다. 지난 2023년 기준으로 미국이 사들인 원유의 71%가 캐나다와 멕시코산이다. 미국이 두 나라와 무역 전쟁에 돌입하면 휘발유 가격이 갤런 당 20~50%가 즉각 올라갈 것이라고 CNN이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를 겨냥한 관세 부과 시점을 2월 1일로 언급했으나 그가 서명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각서에서 검토 결과 보고 시점을 4월 1일로 명시했다. 바클레이의 마이클 맥린 애널리스트는 4월 1일 시한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와, 집권 1기 대(對)중국 고율 관세 부과 작업을 이끈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받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맥린 애널리스트는 4월 1일 보고서를 발표하고, 관세 발효 시점은 그로부터 30∼60일 후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각 25%,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었다.

북미 3국 간 상품 교역 규모는 2023년 기준으로 1조5000억 달러(약 2155조5000억 원)에 달한다. 북미 3국에서는 통상 마찰로 인해 인플레이션 상승, 실업률 증가, 소비와 수입 감소, 경기 둔화 등이 불가피하다. 특히 전면적인 관세 상호 부과로 자동차, 에너지, 농업 분야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트럼프 집권 2기에 미국의 생산이 2000억 달러(약 287조4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캐나다 간에는 매일 25억 달러, 연간 8000억 달러 규모의 교역이 이뤄지고 있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취임 즉시 부과하지 않은 이유는 행정부 내부에서 아직 구체적인 방향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24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쓸 구체적인 수단, 부과 시점을 결정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특정 국가들을 특별히 높은 세율의 관세로 겨냥할지, 특정 산업이나 제품에는 예외를 허용할지 등에 관해 결정하지 않았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