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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하루 만에 시총 6000억 달러 증발…美 증시 사상 최대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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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하루 만에 시총 6000억 달러 증발…美 증시 사상 최대 손실

중국 AI 기업 '딥시크'의 부상에 기술주 투자 심리 '꽁꽁'
엔비디아 시총 3위로 추락...기술주 전반 투자심리 위축
젠슨 황 순자산 210억 달러↓...미·중 AI 기술 경쟁 격화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지난해 6월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 포럼을 앞두고 열린 행사에서 엔비디아 블랙웰(Blackwell) 플랫폼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지난해 6월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 포럼을 앞두고 열린 행사에서 엔비디아 블랙웰(Blackwell) 플랫폼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27일(현지시각) 하루 만에 시가총액 6000억 달러(약 862조5000억 원)가 사라지는 초유의 폭락 사태를 맞았다.중국 인공지능(AI) 연구소 딥시크(DeepSeek)가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을 공개한 후폭풍이다.

이날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이는 미국 주식시장 역사상 단일 기업의 하루 시총 감소 규모로는 최대치다. 중국 인공지능(AI) 연구소 딥시크(DeepSeek)가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을 공개하면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술주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6.97% 폭락한 118.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하루였다.

지난주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던 엔비디아는 이날 폭락으로 시총 3위로 내려앉았다. 엔비디아의 폭락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를 3.1% 끌어내리는 등 뉴욕증시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딥시크의 저가형 AI 모델, 엔비디아 '아성'에 도전


이번 폭락 사태의 핵심 원인은 딥시크가 지난달 말 공개한 오픈소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다.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성능이 제한된 칩 'H800s'를 사용해 불과 2개월 만에 600만 달러(약 86억2500만 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이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는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모델 훈련 및 실행에 사용하는 핵심 부품이다. 딥시크의 발표는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AI 칩 시장에 중국 기업이 저비용 고성능 모델로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AI 경쟁 심화…엔비디아 GPU 수요 감소 우려 확산


투자자들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AI 칩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엔비디아 GPU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CNBC에 따르면 캔터 피츠제럴드의 분석가들은 딥시크의 기술 발표가 "컴퓨팅 수요에 대한 불안감과 GPU 지출 정점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물론 엔비디아 주식 매수를 권고하는 분석가들은 "AI 발전으로 컴퓨팅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2023년 239%, 2024년 171% 급등했던 엔비디아 주가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딥시크의 등장은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다.

엔비디아 '쇼크'…관련 기업들도 '휘청'


엔비디아의 폭락은 AI 관련 기업들에도 연쇄적인 충격을 안겼다. AI 칩 제조업체 브로드컴은 17% 하락하며 시총 2000억 달러가 증발했고, 델,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슈퍼마이크로 컴퓨터 등 엔비디아 GPU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기업들도 5% 이상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는 오라클도 14% 급락했다.

엔비디아의 이날 시총 감소 규모는 9월 기록했던 2790억 달러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는 2022년 메타의 2320억 달러 손실, 2020년 애플의 1820억 달러 손실을 뛰어넘는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다. 엔비디아의 시총 감소액은 코카콜라 시총의 두 배 이상이며, 오라클과 넷플릭스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많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순자산도 210억 달러(약 30조 원) 감소하며 포브스 실시간 억만장자 순위에서 17위로 밀려났다.

딥시크, 앱스토어 1위…미·중 AI 기술 경쟁 '격화'


딥시크의 LLM은 주말 사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미국 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오르며 오픈AI의 챗GPT를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의 대중국 칩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이 이처럼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사실은 미·중 AI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AI 및 암호화폐 책임자를 지낸 데이비드 삭스는 "딥시크의 모델은 AI 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임을 보여준다"며 "미국은 자만하지 말고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전략 수정 불가피…'옥석 가리기' 중요성 더욱 커져


엔비디아 쇼크는 AI 기술 투자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투자 전략 수정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투자자들은 AI 기술 발전에 따른 수혜주와 피해주를 면밀히 분석하고,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AI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옥석 가리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