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불법이민자 체포조' 본격 가동에 미국 내 공포 확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트럼프 '불법이민자 체포조' 본격 가동에 미국 내 공포 확산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소속의 불법 이민자 체포조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에서 체포 활동에 들어가기 전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가운데)으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소속의 불법 이민자 체포조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에서 체포 활동에 들어가기 전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가운데)으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체포조까지 가동하는 등 불법 이민자 단속을 전례 없이 대폭 강화하면서 미국 내 이민자 사회에서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소속 체포조를 동원해 불법 이민자 색출에 나선 결과 이미 수천명에 달하는 불법 이미자를 잡아들이는 실적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학교나 교회 등 전통적으로 보호받던 지역에서도 단속을 허용하는 등 강경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어 공포감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CE는 지난 2001년 9·11 테러 사태가 발생한 이후 미국 정부가 국내 보안과 이민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국토안보부에 신설한 조직으로 기존에 이민 및 관세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기관들을 개편해 좀 더 효율적인 단속과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변경했다. 그 이전에는 이민 단속과 관련된 기능이 법무부 산하 이민귀화국과 재무부 산하 세관국 등 여러 행정기관에 분산돼 있었다.
ICE는 테러, 마약 밀매, 인신매매, 금융 범죄, 사이버 범죄, 지식재산권 침해 등 국제적인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국토안보수사국과 불법 체류자의 체포 및 추방을 집행하는 이민단속국 등 크게 두 개 부서로 나뉘는데 현재 트럼프의 명으로 맹활약을 떨치고 있는 조직이 이민단속국이다.

NYT는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으로 ICE 소속 요원들이 미국 전역에 걸쳐 체포 활동에 나서면서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이 숨거나 이동을 최소화하는 등 두려움 속에 생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이민자들이 교회나 학교 등에서의 활동을 자제하고 있으며, 일부 사업장에서는 고객 감소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내 주요 대도시에서 ICE 요원들의 활동이 대폭 증가하면서 학교 주변과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한 중학생이 버스에서 ICE 요원을 목격했다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었고, 결국 학교 측이 경고 이메일을 보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NYT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민자 사회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은 구금 및 추방을 넘어 전방위적 감시 체계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이후 불법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한 법 집행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ICE는 감시 기술을 확대하고 전례 없는 대규모 체포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ICE는 최근 1주일 동안에만 5000명 이상의 이민자를 체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AI) 기반 감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CE의 감시망 확대는 인권 단체 및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로부터도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이민자 권리 단체인 '저스트 퓨처스 로(JFL)'는 ICE가 민간 기업과 협력해 AI 기반 감시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대규모 감시는 불법 이민자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거주자들의 기본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ICE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민자들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민간 데이터 분석 업체인 렉시스넥시스 및 클리어뷰 AI와 협력해 얼굴 인식 및 위치 추적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같은 감시 기술 도입은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심화시키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관타나모만과 콜로라도주 오로라 군사 기지 등에 새로운 구금 시설을 확충하며 단속된 이민자들의 수용 공간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ICE와 지역 경찰 간 협력을 강화하는 '287(g)' 프로그램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역 경찰이 직접 이민자 단속에 나설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287(g)'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지역 경찰은 ICE의 권한을 위임받아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고 구금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ICE의 단속 능력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톰 호먼 국경 담당 정책 조정관은 "보안관들이 제공할 수 있는 구금 공간과 287(g) 협약이 절실하다"며 지역 경찰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단속이 '셀프 추방'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이민자들은 미국 내 불안정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 출국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ICE의 톰 호먼 조정관은 "불법 체류자들이 스스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강경한 단속 조치에 대해 법적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일부 인권 단체와 변호사 단체들은 "ICE의 새로운 감시망이 헌법상 사생활 보호 및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은 ICE의 AI 기반 감시 체계를 문제 삼으며 "이는 사실상 합법적인 거주자들까지 감시하는 시스템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