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다시 이재용] 삼성 경영 보폭 제한된 8년…기술 경쟁력 복원 과제

글로벌이코노믹

[다시 이재용] 삼성 경영 보폭 제한된 8년…기술 경쟁력 복원 과제

이재용 리더십 제한으로 기술 초격차 난항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직접 나서는 총수들
"이재용 글로벌 입지와 경영능력 절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사법 리스크 장기화로 이 회장의 경영 보폭에 더 이상 제한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건희 선대 회장이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한 반도체 사업이 최근 경쟁력 위기를 겪고 있다. 다른 4대 그룹은 회장이 나서 성장 돌파구를 마련해왔다. 재계는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이 이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을 상고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등재 등 책임 경영은 당분간 힘들어졌다. 이 회장은 항소심에서 19개 혐의 모두 무죄 판단을 받은 직후인 지난 4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났다. 이러한 광폭 경영 행보에 따른 세간의 기대가 커졌다가 다시 사그라든 셈이다.

인공지능(AI) 붐과 전동화 추세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시장 상황에도 삼성전자가 웃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이 원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연구개발(R&D)을 뒤늦게 시작해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줬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은 2~3나노미터(㎚) 공정 수율 확보에 난항을 겪어 TSMC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러한 기술개발 투자 실기에 조직문화 개선 과제까지 겹쳤다.
사업 역량을 확장하기 위한 인수합병(M&A) 성과도 부진했다. 이 회장이 2017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굵직한 M&A가 없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 주주로 오르며 미래 로봇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이 회장이 로봇사업 구상을 직접 내놓지는 못했다. M&A는 기업이 인재와 기술력을 확보하는 주요 수단으로, 기업 경영자의 과감한 투자 결정과 사업 감각이 필요하다. 경영자의 미래 사업 구상을 보여주는 가늠자이기도 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 반도체를 키웠듯, 삼성 내 조직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향후 사업 방향을 뚜렷하게 내놓는 이 회장의 메시지 한 마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올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신년사 메시지가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는 말이 많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4대 그룹은 총수가 직접 나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경영 비전을 제시하고, 사업 구조 재편 작업을 주도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이후 공격적 M&A를 단행하고, AI와 바이오, 클린테크 등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내세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모빌리티 전동화 흐름을 놓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그룹의 미래 사업 구상을 보여줬다.

글로벌 시장 격변기와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에서 이 회장이 광폭 경영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회장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경영 리더십을 발휘해야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1·2심에서 이 회장의 혐의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는데 3심으로 넘어간 점은 한국 경제에서 삼성의 역할을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AI와 반도체 없이 한국의 미래를 그리기 어렵다”며 “삼성의 투자를 전 세계가 유치하려는 가운데 글로벌 정계 인사와 기업인들을 만날 수 있는 이 회장의 글로벌 시장 입지와 경영 능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