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낮췄다. 비상계엄 직후인 12월 9일 2.3%에서 2%로 낮춘 지 두 달 만에 다시 0.3%p 내린 것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투자 심리 위축에다 트럼프 2기 상호 관세로 인한 수출 둔화 우려까지 반영한 결과다. 내년부터는 소비와 설비·건설 투자의 개선에 힘입어 성장률이 2.1%로 올라갈 것이란 게 피치의 분석이다.
국가신용등급은 이전과 같은 AA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속적인 재정 수입 회복과 지출 통제로 재정건전성이 나아진 데다 가계부채도 개선됐다는 판단에서다.
재정부채율은 작년 GDP 대비 1.7%에서 올해 1%로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시장의 리스크도 제한적이란 입장이다.
부동산 PF 관련 위험도 정부의 선제 대응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경상수지는 올해 GDP 대비 4.5%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정국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도 했다. 아프리카의 가봉은 쿠데타 발생 1년 만에 국가신용등급을 CCC+로 강등당했다.
지난 2023년 신용등급을 강등당한 미국과 프랑스도 비슷한 사례다. 극단적 정치 불안과 소요 사태가 18개월에서 30개월 시차를 두고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정국 불안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문제는 올해와 내년 2.7% 성장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 세계 경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트럼프의 보편 관세만으로 성장률을 0.3%p 더 끌어내릴 전망이다.
코로나 이전의 평균 성장률은 3.1% 내외다. 미국 경제(2.3%)를 제외하면 유로권(1%)·일본(1.2%)의 성장률 전망은 중국(4.5%)의 예상치보다 낮다. 내수 침체인 한국 경제가 수출을 통한 성장에도 한계를 보일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때일수록 안정적인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금융 리스크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