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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EU에 ‘상호 관세’ 부과…유럽 경제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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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EU에 ‘상호 관세’ 부과…유럽 경제 타격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를 지시하면서 유럽 경제에 미칠 파장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교역하는 국가들이 부과하는 세금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하는 메모에 서명했다고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돼 온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유럽 경제가 침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나왔다.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EU 주요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관세 조치는 유럽 경제 성장률을 최대 1%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금융 서비스 기업 모닝스타 DBRS는 “이번 충격은 2025~2026년 집중될 것이며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EU의 부가가치세를 문제 삼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평균 22%의 부가세를 부과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평균 7%의 판매세를 적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차이를 근거로 추가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추가 관세는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집행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이 같은 조치는 잘못된 방향이며 EU는 불공정한 무역 장벽에 강경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조치는 유럽의 주요 산업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미국 시장에서 연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으며 덴마크 노보 노르디스크의 당뇨·비만 치료제, 이탈리아 구찌의 가죽 제품, 스웨덴 이케아 가구 등도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인 힐데가르트 뮐러는 “EU는 단결된 대응을 보여야 한다”며 “무역 전쟁은 양측 모두에게 손실만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가 보복 관세로 대응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부가세 자체를 조정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가세는 EU 국가들의 주요 세수원으로 총 세입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될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캐나다·멕시코와의 무역 협상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다가 협상을 타결한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미국과 EU 간 물밑 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