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모순된 경제정책·딥시크 급성장에 기축통화 체제 불안
BRICS 탈달러화·디지털 위안화 가속...전문가들 "장기적 도전" 경고
BRICS 탈달러화·디지털 위안화 가속...전문가들 "장기적 도전"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 "디지털 금융 기술 분야 리더십 강화" 행정명령을 통해 민간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장려했다.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는 공약이지만, 규제 완화를 선호하는 일론 머스크 등 자유 지상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커질 경우, 통제되지 않는 가상화폐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달러의 위상 하락은 이미 진행 중이다. 전 세계 외화 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2000년 71%에서 2024년 58%로 감소했다. BRICS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금융제재에 대응해 탈달러 국제 결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브라질은 BRICS 공동통화 도입을 위한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여기에 중국 AI 기업 딥시크의 급부상이 미국 달러 패권의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런던 소재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알렉스 홀로이드 존스 매니저는 "딥시크의 효율성 입증으로 기술 장벽이 낮아지면서 미국 예외주의의 한 축이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모순된 통화정책도 불안 요인이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강달러 정책을 고수하는 반면, 트럼프는 달러 약세를 선호하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의 달러 평가절하 주장은 1980년대 플라자 협정의 재현 가능성마저 제기한다.
중국은 이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가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딩 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딥시크와 디지털 위안화 같은 기술 혁신이 확산되면 위안화 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달러 패권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쉬톈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통화 패권은 강대국 간 상대적 힘의 문제"라며 "미중 경쟁에서 중국의 우위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달러 지배력이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틱시스의 게리 응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는 중국의 성장 전망, 자본 통제, 정책 리스크, 금융 시장 깊이 등 AI와 무관한 요소들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운 트럼프의 정책이 오히려 세계 경제에 혼란을 초래하고 미국에 대한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기술 혁신이 더해지면서 달러 패권의 장기적 도전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