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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푸틴의 구세주 되나…2기 트럼프, 유럽과 거리두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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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푸틴의 구세주 되나…2기 트럼프, 유럽과 거리두기 행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과 거리두기에 나서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숙원이었던 유럽 내 권력 균형 재편을 이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NYT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과 J. D. 밴스 미 부통령의 발언이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유럽 내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16일(현지 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패권에 반발하며 새로운 유럽 질서를 요구했지만 당시 서방 국가들의 강경한 대응에 부딪혀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푸틴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협력하는 모습이라는 것.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지난 14일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행한 연설에서 "미국이 영원히 유럽에 주둔할 것이라 기대하지 마라"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이어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한 밴스 부통령도 유럽 내 극우 정당을 탄압하는 시도를 비판하면서 "자국 유권자를 두려워한다면 미국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거들었다.
특히 밴스 부통령은 지난해 12월 루마니아 헌법재판소가 친러 성향 극우 후보의 대선 승리를 무효화한 사건을 거론하며 "외국의 몇십만 달러짜리 디지털 광고로 민주주의가 파괴될 수 있다면 그 민주주의는 애초에 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푸틴이 수년간 유럽 내 극우 정당을 지원하며 추진해온 전략과 맞물린 발언으로 해석된다고 NYT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랫동안 미국과 유럽 간 균열을 노려왔으며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방향성은 그의 목표 달성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탈리아 국제문제연구소의 나탈리 토치 소장은 NYT와 한 인터뷰에서 "밴스 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미국이 EU를 해체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우리는 가장 취약한 순간에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대러시아 기조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취임 한 달도 안 돼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와해시켰으며 러시아 입장을 옹호해온 털시 개버드를 정보기관 수장으로 임명하는 등 연이어 친러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또 유럽과의 무역전쟁을 위협하면서 동맹국들을 압박하는 동시에 유럽 내 극우 세력과 연계된 인사들을 만나는 등 노골적인 균열 조성을 시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미국이 유럽에서 발을 빼고, 유럽 내부에서 극우 정당이 힘을 얻어 EU가 내부적으로 무너지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푸틴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단순한 외교정책 변화가 아니라 유럽 안보 자체를 흔들 수 있는 결정적 변수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유럽 외교관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 순간이야말로 푸틴이 가장 원했던 기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