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對美 투자 추가 검토…한미일 AI·에너지 협력 필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라도 인센티브 유지를 전제할 경우 미국 추가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미국에서 인공지능(AI)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2025’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미 투자) 검토는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 회장은 “어느 기업도 '트럼프 시기에 얼마를 하겠다'고 생각하며 다가가지 않고, 이게 내 장사에 얼마나 좋으냐 나쁘냐를 얘기한다”며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생산 시설을 좀 더 원한다고 얘기하지만, 우리는 인센티브가 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미국이) 세금도 내리겠다고 얘기를 하는데 아직은 뭐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지 않나. 그러니까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측이 제시한 인센티브에 관해서는 국가 간 산업 협력도 가능하다며 길을 열어놨다. 최 회장은 "꼭 돈만 갖고 따지는 게 아닐 수 있다.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인센티브가 있을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이 같이 해서 서로 좋은 것을 하는 게 지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살 때는 더 싼 걸 사고 싶어 하고, 팔 때는 내걸 많이 파는 그런 관계만 있으면 상당히 삭막한 관계다. 이제는 단순히 상품 수출만으로 계속 먹고 살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며 “같이 활동해서 서로 시너지를 얻는 빅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해야 대한민국도 지금 같은 트렌드 파도에 잘 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 회장은 비싼 인건비 등으로 미국이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처라는 지적에 대해 "미국이 좀 불리한 것도 있지만, 미국이 유리한 것도 있다. 솔직히 AI 분야 등은 다른 데 투자하는 것보다 미국에 투자하는 게 지금 훨씬 좋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도 유리하고 좋은 곳에 투자하지 않겠나"고 답했다.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에서 지급하기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법 보조금을 트럼프 행정부가 폐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최 회장은 "얘기할 건 아닌데, (이번 방미 기간에 만난 미국) 정계 인사 중 한 분이 '그거는 계속 집행이 잘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고 우리는 그런 정책을 갖고 있다. 약속을 해서 미국이 좋은 건데 그걸 왜 안 하느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상의 민간 경제사절단의 방미 성과에 대해 "가능하면 그들(미국 측)이 흥미로워 할 얘기를 한다는 게 계획이었고, 그런 측면에서 성과가 있었다"며 "같이 해서 서로 좋은 얘기가 있어야 되는 것을 준비해왔고, (미국 측이) 6개 분야를 다 상당히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상의는 조선과 에너지, 원자력, AI·반도체, 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 등 6개 분야의 협력 과제를 준비해 미국 측에 제시했다.

한편 최 회장은 22일까지 열린 TPD 강연에서 "오늘날 세계 변화의 핵심이 된 AI와 에너지 분야에 있어, 한국과 미국, 일본 간 3국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한·미·일 산업 연대를 제안했다. 제조 AI, 에너지, 조선·해운, 원자력 등에서 힘을 모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AI 활용이 금융과 서비스 영역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리더십 경쟁은 제조 AI 분야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 분야에서 한미일 3국 협력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제조업의 최첨단 생산설비와 미국의 소프트웨어, 일본의 소재·장비 기술 등 강점을 결합하자고 제안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