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 2023년 말 취임 당시 중국을 공산주의 "살인자"라고 비판하며 관계 축소를 예고했으나 집권 첫해 대중국 수출이 15%나 증가했다.
이는 남미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경제적 위상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와 무역 압박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관철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멕시코·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추가로 10%의 관세를 적용하는 조치를 화요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브라질 철강 제품에도 추가 관세 부과가 예고된 상태다.
그러나 남미에서 중국의 무역 우위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있다. 브라질의 한 고위 외교관은 "브라질 경제는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중국과의 300억 달러(약 40조원) 무역 흑자를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미국의 관세 위협이 남미 국가들을 유럽·브릭스 등 다른 경제 블록으로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브라질, 칠레, 페루, 아르헨티나 등의 대중 수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한 반면, 대미 수출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은 남미 각국의 주요 농산물과 리튬, 구리 등 전기차 산업 필수 원자재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1월 남미 순방 중 "미국의 압박이 남미를 중국으로 기울게 할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라이언 버그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남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강압과 무관심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호세 아리스타 전 페루 경제부 장관은 "페루의 대미 무역은 미미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과 수출 구성 변화를 언급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은 두드러진다. 중국은 아르헨티나 대두와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며 지난해 아르헨티나 리튬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중국 외교부는 루비오 장관의 남미 순방 후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사이에 불화를 조장하는 미국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광둥국제전략연구소의 리 싱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무역 정책은 남미 국가들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