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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중국 수출 급증과 글로벌 리스크 사이 균형점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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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중국 수출 급증과 글로벌 리스크 사이 균형점 모색해야

중국의 산업 과잉생산 아세안 시장 유입 가속화...지역 산업·일자리 위협
전문가들 "미·중 무역갈등 속 공급망 다변화와 지역 공조 강화 필요"
지난 1월 19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섬에서 열린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서 장관들이 단체 사진을 찍은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19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섬에서 열린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서 장관들이 단체 사진을 찍은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무역수지(수출입차) 흑자가 1조 달러에 육박한 가운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 중국 수출의 최대 목적지로 부상했다. 이러한 중국의 수출품 중 상당수는 아세안 자체 수출을 지원하는 중간재로, 지난해 아세안의 대미 수출은 3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아시아는 5일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관세를 검토하고 무역 파트너들에게 중국산 수입을 제한하도록 압박하면서, 아세안은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위협하는 중국 소비재 유입에 대응하는 동시에 서구 시장 접근성 상실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의 브렌단 켈리와 셰이 웨스터 연구원은 아세안이 직면한 4가지 주요 도전 요인을 제시했다.

첫째, 중국이 수출 방향을 선진국에서 신흥시장으로 전환하면서 아세안에 대한 수출이 지난해 12% 증가했다. 반면 아세안의 대중국 수출은 2022년 이후 3% 감소했다. 이 때문에 아세안과 중국의 무역 적자는 지난해 1900억 달러를 넘어서며 무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저가 중국 제품의 수입 급증으로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대규모 공장 폐쇄와 해고가 발생했다. 중국의 철강 과잉생산도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아세안은 지난해 중국 철강 수출의 약 30%를 흡수했으며, 이에 여러 국가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추가 무역 대응을 검토 중이다.

둘째, 중국의 광범위한 산업 과잉생산에 따른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의 수출품이 아세안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아세안 경제의 주요 분야인 석유화학, 전기 기계, 반도체 부문이 모두 위험에 처해 있다. 화학 부문은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 말레이시아의 7%, 태국의 5%를 차지하며, 반도체는 싱가포르 GDP의 약 7%, 말레이시아의 25%를 차지한다.

셋째, 아세안은 중국 기업, 특히 전기차와 같은 청정에너지 산업의 핵심 역외 제조 기지가 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환영받지만 이미 성장통을 겪고 있다. 태국에서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의 확장이 기존 제조업체를 대체하면서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최소 12개의 태국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가 폐업했는데, 중국 기업들이 현지 공급망보다 자체 공급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넷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제3국에서 활동하거나 경유하는 중국 기업 제품에 대한 조사를 강화함에 따라 아세안의 선진국 시장 접근성이 위협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아세안에서 중국 기업이 생산한 태양광 패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으며, EU는 중국 공급망과 연결된 아세안 수출업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외 보조금 규정을 도입했다.

인도와 같은 신흥시장도 관세를 피해 아세안을 통해 들어오는 중국 제품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어 아세안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세안이 중국과의 중요한 경제적 유대를 유지하면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역 도구 강화, 지역 공조 확대, 아세안-중국 자유무역지대 같은 틀을 활용해 수입 급증을 관리하고 더 공정한 무역 조건을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아세안은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관세 및 시장 접근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 역시 아세안이 공급망 다변화의 핵심 파트너로 남을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서 아세안의 중요한 역할을 감안할 때, G7은 이 부문에서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 논의에 아세안 국가들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 경제의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아세안은 이러한 상충되는 압력을 민첩하게 헤쳐나가야 더욱 어려워지는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