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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시장 투자 열기 식어...장비 투자는 증가세

"묻지마 투자 끝났다"…수요 부진·자금 경색에 투자 급감
"中, 반도체 자립 사활"…장비·소재 국산화에 투자 집중
2024년 중국 반도체 산업 프로젝트 투자 총액과 융자액이 감소세로 돌아서, 대부분 세부 분야에서 투자 위축이 두드러진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중국 반도체 산업 프로젝트 투자 총액과 융자액이 감소세로 돌아서, 대부분 세부 분야에서 투자 위축이 두드러진다. 사진=로이터

중국 반도체 시장 투자가 심상치 않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투자 열기가 뚜렷하게 식으면서 '반도체 굴기'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2024년 중국 반도체 산업 프로젝트 투자 총액과 융자액은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고, 대부분 세부 영역에서 투자 위축이 감지된다고 EET-차이나 닷컴이 12(현지시각) 보도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반도체 장비 투자는 오히려 눈에 띄는 증가세를 기록하며 '나 홀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시장, 자본, 정책, 외부 규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 반도체 투자 '급감'…전년比 41.6%


중국 반도체 시장 투자 규모 축소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24년 중국(대만 포함) 반도체 산업 투자 총액은 6831억 위안(13719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투자 규모와 비교했을 때 무려 41.6%나 급감한 수치다.
투자 감소의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기적 조정과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최종 시장 수요 부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씨아이엔엔리서치(CINNOResearch)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중국(대만 포함) 반도체 프로젝트 투자 금액은 15000억 위안(3013050억 원)에 달했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 산업은 고공 성장을 거듭하며 '묻지마 투자' 광풍이 불었다.

그러나 2023년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서 투자 규모도 11701억 위안(235613억 원)으로 22.2% 감소했다. 2024년에는 감소폭이 41.6%까지 확대되며 투자 빙하기를 맞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 웨이퍼·칩 설계·재료·장비…세부 영역별 희비 교차


세부 영역별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희비가 엇갈린다. 2023년 웨이퍼 제조 투자는 3962억 위안(7959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4.2% 폭증했다. 반면 칩 설계 투자는 2972억 위안(597074억 원)으로 37.5% 급감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재료 투자는 2232억 위안(448408억 원)으로 14.3% 줄었고, 패키징 테스트 투자는 1773억 위안(356195억 원)으로 84.6% 늘었다. 반도체 장비 투자는 4012000만 위안(8601억 원)으로 18.6% 증가했다.

2024년 들어 투자 감소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웨이퍼 제조 투자는 2569억 위안(515983억 원)으로 35.2% 감소했고, 칩 설계 투자 역시 1798억 위안(361128억 원)으로 39.5% 줄었다. 특히 반도체 재료, 패키징 테스트 투자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재료 투자는 1116억 위안(224148억 원)으로 50.0%, 패키징 테스트 투자는 9451000만 위안(189823억 원)으로 46.7% 각각 감소했다.

이처럼 대부분 세부 영역에서 투자가 줄었지만, 반도체 장비 투자는 4023000만 위안(8822억 원)으로 1.0% 증가하며 '나 홀로 성장'을 기록했다. 투자 증가폭 자체는 크지 않으나, 다른 분야 투자 감소세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성장세다. 칩 설계(-39.5%), 반도체 재료(-50.0%) 등과 비교하면 반도체 장비 투자의 강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수요 부진·자금 경색·정책 변화'3중고'에 투자 '급브레이크'


반도체 투자 급감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수요 감소, 자본 시장 경색, 정책 변화 등 '삼중고'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한다.

첫째, 반도체 수요는 스마트폰, PC 등 다운스트림 응용 산업 업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 PC 등 주요 소비 시장은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자동차 산업 성장세가 둔화된 것도 반도체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2024년 자동차 업계는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반도체 칩 구매를 줄였다. 수요 부진은 곧바로 반도체 기업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고, 신규 투자 여력 또한 위축시켰다.

둘째,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반도체는 자본 시장에서 가장 ''한 투자처였다.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PE), 산업 펀드 등 수많은 투자 주체들이 반도체 시장에 '베팅'했다.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중국 반도체 분야 융자액은 수천억 위안에 달했을 정도다. 하지만 과도한 투자 경쟁 속에 '거품'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2023년 하반기부터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등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투자 기관들은 '옥석 가리기'에 나서며 투자 속도를 늦췄고, 투자 규모도 축소했다.

셋째,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 변화 역시 투자 감소에 영향을 줬다. 과거 대규모 지원 정책이 축소되고, 자금 배분 방식과 지원 분야가 바뀌면서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초기' '소규모' 기업 투자 선호…자금은 장비·재료 분야로


2024년 반도체 투자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투자금이 초기, 소규모 기업에 몰리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2025년 반도체 산업 투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즈A, 시리즈B 등 초기 단계 기업이 투자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시리즈A 펀딩 기업 비중은 39%를 넘어섰고, 시리즈B 펀딩 기업 비중도 17%를 웃돌았다. 아날로그 기술, 재료 과학, 논리 회로, 반도체 장비, 센서, 광전자 부품 등 분야가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특히 반도체 장비, 재료 분야 융자 건수는 각각 144, 121건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이는 공급망 안정과 자체 기술 확보에 대한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투자 기관들은 반도체 장비, 재료, 첨단 칩 등 핵심 영역에서 '국산 대체' 가능성이 높은 초기, 중기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국산화율이 낮은 포토레지스트, 패키징 기판, 전공정 계측 장비, 후공정 패키징 장비, N형 실리콘 웨이퍼 등 분야에서 초기 투자 사례가 증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정부 또한 창업 투자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창업 투자 17개 조항'을 발표, 창업 투자의 '기술 혁신' 기여도를 강조하고 초기, 소규모, 핵심 기술 기업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중 디커플링' 심화와 자본 시장 분할 등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 환경이 순탄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자 자금 모집과 투자금 회수 모두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자 기관들의 '실탄'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2차 기업 가치 하락, 달러 펀드 감소, 국자본·지방 정부 펀드 비중 확대 등 시장 분위기 역시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투자 트렌드가 '소규모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 기업 위주로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인내 자본 육성과 정책 금융 확대 등 추가 부양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Big Fund) 3기 자금은 첨단 공정, 핵심 장비, EDA 소프트웨어, 핵심 소재 등 취약 분야에 집중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병목 구간'을 해소하고 '기술 자립'을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 전망은"AI+자립 경쟁력 확보가 투자 방향 가늠할 것"


2025년 반도체 시장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침체, 소비 심리 위축, 지정학적 리스크 등 악재가 여전히 상존한다.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5~8%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반도체 투자 역시 단기간 내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2025년 투자 감소폭은 20~25% 수준으로 둔화되고, 투자 총액은 5000~5500억 위안(1004800~1105335억 원) 수준으로 소폭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단기적인 어려움에도 중장기적인 전망까지 어두운 것은 아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강화될수록 중국 반도체 산업의 '자립'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첨단 공정, 핵심 장비, 소재 등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 자동차 반도체, 산업 제어 장치 등 신성장 분야 수요가 늘고 있는 점 또한 긍정적인 신호다. 결국 향후 중국 반도체 산업 투자의 향방은 '기술 자립''신성장 동력 확보' 두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AI+자체 기술 경쟁력 확보'2025년 반도체 산업 투자의 핵심 트렌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AI 칩 시장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과 전자 제품 브랜드 업체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시스템온칩(SoC) 기술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시장에서는 AI 칩 기반 스마트폰, AI 스마트 워치, AI 칩 안경 등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잠재력이 크다.

'합리적 조정 과정'…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2024년 중국 반도체 시장 투자는 '냉각기'를 맞았지만, 산업 침체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오히려 이번 투자 감소는 지난 몇 년간의 '묻지마 투자' 광풍이 진정되고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는 합리적인 조정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 둔화, 자본 시장 경색, 정책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투자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단기적인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도체 장비 투자의 증가는 새로운 투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