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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1000억 달러 미국 투자, 대만 내 불안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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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1000억 달러 미국 투자, 대만 내 불안감 확산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허 행보에 '실리콘 방패' 무력화 우려 증폭
"오늘의 우크라이나, 내일의 대만"…미국 신뢰도 향한 의구심 고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3월 3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TSMC의 투자 발표를 하면서 TSMC 회장 겸 CEO인 C.C. 웨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3월 3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TSMC의 투자 발표를 하면서 TSMC 회장 겸 CEO인 C.C. 웨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반도체 제조 대기업 TSMC의 1000억 달러 규모 미국 투자가 대만 사회에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와 동맹국에 대한 불신은 대만인들 사이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으며, TSMC의 대규모 미국 투자가 대만의 '실리콘 방패'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각) 글로벌 보이스가 보도했다.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칩의 65%, 첨단 컴퓨터 칩의 90%를 생산하는 핵심 기지이며, TSMC는 대만 GDP의 15%, 주식시장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기업이다. '실리콘 방패'는 대만의 이러한 압도적인 반도체 생산 능력이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압박으로부터 대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와 예측 불가능한 성격은 미국이 대만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 계속 지지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의 국방비 지출 부족과 미국 반도체 산업 '도둑질'을 비난하며 대만을 압박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TSMC가 미국에 5개의 새로운 시설 건설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대만 내에서는 정치적 협박에 따른 투자이며, 결국 대만의 안보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투자 규모가 2024년 TSMC 총자산의 절반에 달하고, 2030년까지 미국 내 투자액이 1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고립시키거나 합병할 경우 투자계획이 미국 기술 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재앙적인 사건이 되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매우 중요한 사업을 할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발언은 대만인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었고, 마치 미국이 대만을 '귀중품'을 가진 '집'으로 여기고, 중국을 '강도'에 비유하며 대만의 안보를 담보로 거래를 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라이칭테 대만 총통은 TSMC 투자계획을 대만·미국 관계의 "역사적 순간"이라고 옹호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 이후 대만 내에서는 미국의 대외 정책 변화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이 더욱 커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중단하고, 중요한 정보 제공까지 보류하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

대만과 우크라이나는 중국, 러시아라는 강대국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태도 변화는 대만인들에게 "오늘의 우크라이나, 내일의 대만"이라는 불안감을 심어주었다.

대만 우크라이나 우려 그룹에서는 "트럼프는 신뢰와 평화의 정의를 정글의 법칙으로 바꾸고 있으며, 이는 작은 나라들의 생존에 매우 불리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의 희귀 광물만 원하는 것처럼 TSMC만 원한다"며, "언젠가 우리가 그의 도움이 필요할 때 대만은 굴욕과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일각에서는 TSMC의 미국 투자가 미국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지지자들이 관세 위협 등으로 대만을 압박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허 행보와 미국의 고립주의적 외교 정책은 대만인들 사이에서 미국의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을 비롯한 친중국 정치인들은 이러한 불안감을 이용하여 집권 민진당과 라이 총통의 지도부를 비판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