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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VOA 등 자금 지원 중단…"반미 선전 일삼는다"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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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VOA 등 자금 지원 중단…"반미 선전 일삼는다" 비난

VOA 83년 역사상 첫 방송 중단…1300여 명 휴직
머스크, USAGM 등 "글로벌 정부 선전기관" 폄하
트럼프 대통령이 3월 15일 워싱턴 D.C.에서 정부 자금 지원을 받는 언론사의 모기업과 다른 6개 연방 기관을 없애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지 하루 만에 RFA에 대한 자금 지원이 종료되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대통령이 3월 15일 워싱턴 D.C.에서 정부 자금 지원을 받는 언론사의 모기업과 다른 6개 연방 기관을 없애는 행정 명령에 서명한 지 하루 만에 RFA에 대한 자금 지원이 종료되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부 지원을 받는 언론 매체와 연방 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자금 삭감을 단행하면서, 언론 자유 침해 논란과 함께 독재 국가에 대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대외 방송인 '미국의 소리'(VOA)는 1,300여 명의 직원이 휴직에 들어가면서 방송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VOA의 모기관인 미국 글로벌 미디어국(USAGM)과 함께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를 대상으로 방송하는 자유유럽방송(RF),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기관이 '반미 선전'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하며, 관료주의 축소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번 조치로 VOA는 83년 역사상 처음으로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마이클 아브라모위츠 VOA 국장은 "전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VOA가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RFA의 베이 팡 회장은 이번 자금 삭감을 "중국 공산당을 비롯한 독재자들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그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이 통제되지 않는 것을 가장 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 결정은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독재 국가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VOA 서울지국장 윌리엄 갈로는 "어떤 정부를 취재하든 진실을 말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며, "그것이 누군가에게 위협이 된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공화당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VOA 등 공적 자금 지원을 받는 언론 매체가 보수주의에 편향되어 있다고 비판하며, 기관 폐쇄를 주장해왔다. 기술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USAGM을 "글로벌 정부 선전 기관"이라고 폄하하며, 자금 삭감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언론 단체와 국제 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 클럽 회장 마이크 발사모는 "VOA의 감원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 없는 기자회는 "전 세계 언론 자유를 위협하고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지지하는 80년 미국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체코 외무부 장관 얀 리파브스키는 RFA를 "전체주의 통치하의 국민들을 위한 등대"라고 평가하며, "벨라루스에서 이란까지, 러시아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RFE와 VOA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몇 안 되는 무료 정보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번 자금 삭감으로 USAGM뿐 아니라 연방조정조정서비스, 우드로 윌슨 국제학자센터, 박물관 및 도서관 서비스 연구소 등 6개 기관도 운영 축소 대상이 됐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납세자들이 더 이상 급진적 선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며, VOA에 대한 좌파 편향 의혹 등 다양한 비판을 열거했다.

하지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언론 자유 침해라는 논란과 더불어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