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야당 유력 인사인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이날 테러 연루 혐의로 기습 체포됐다.
이 소식에 튀르키예 리라화는 미국 달러 대비 36.7리라에서 한때 11% 넘게 폭락한 41.10리라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라화 가치는 이후 시장 개입 등이 추정되며 하락 폭을 줄여 38리라 근방으로 반등했다. 이스탄불 증권거래소의 대표 지수인 보르사 이스탄불(BIST) 100 지수는 한때 7% 급락한 뒤 역시 하락 폭을 줄였다.
튀르키예 국영 언론 아나돌루는 이스탄불 검찰총장을 인용해 지난 2023년 4월 이스탄불 시장으로 당선된 이마모을루가 테러 및 조직범죄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튀르키예 검찰은 이마모을루 시장이 소속된 정당 관계자 100명에 대해서도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53세인 이마모을루 시장은 튀르키예 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여겨져 왔다. 이마모을루의 소속 공화인민당(CHP)은 오는 23일 예비선거를 치를 예정이었고 이 선거에서 이마모을루 시장이 CHP의 대선 후보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CHP는 성명을 통해 이마모을루에 대한 혐의를 단호히 부인하면서 이번 조치를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CHP의 오느구르 외젤 대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X 게시글에서 "국민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고, 국민의 의지를 무력으로 대체하거나 방해하는 것은 쿠데타"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국민이 차기 대통령을 결정하는 것을 막으려는 세력이 있다"면서 "우리는 차기 대통령을 겨냥한 쿠데타 시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CNBC는 인터넷 모니터링 사이트 넷블록스(Netblocks)를 인용해 튀르키예에서 수많은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대한 접근이 제한됐다고 보도했다. 넷블록스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 결과, X(구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및 틱톡 등이 차단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날 이마모을루 시장의 모교인 이스탄불대학교는 30여 년 전 발급된 그의 학사 학위를 취소하면서 대통령 선거 출마 기회를 사실상 봉쇄하기도 했다. 튀르키예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만 대통령 피선거권이 주어진다.
또한 튀르키예 당국은 이마모을루 시장의 체포 이후 반대 시위가 있을 것에 대비해 4일간 집회를 금지하고 이스탄불 주요 도로도 봉쇄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지난해 3월 튀르키예 정치 1번지인 이스탄불에서 시장 재선에 성공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22년간의 장기 집권에 맞설 대항마로 꼽혀왔다.
컨설팅 회사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울팡고 피콜리는 리서치 노트에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마모을루가 대선에서 에르도안을 이길 것으로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마모을루의 구금은 튀르키예 내 불확실성이 커지고 공포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졌다"면서 "에르도안의 비판자들과 반대파들 사이에서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정치적 혼란으로 튀르키예 리라화가 급락하자 은행들이 리라화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튀르키예 은행들이 리라화를 방어하기 위해 약 80억 달러(약 11조7000억 원)를 매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시장 개입이 여러 은행을 통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