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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장기 투자자들, '딥시크 효과'로 중국 시장 재평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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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장기 투자자들, '딥시크 효과'로 중국 시장 재평가 확산

홍콩 증시 올해 23% 급등...중국 AI 성장에 투자심리 개선
"중국 본토보다 홍콩 선호...미·중 무역갈등·정부 영향력 여전히 걸림돌"
중국 경제의 둔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AI 개발사 딥시크(DeepSeek)는 중국을 투자자들의 레이더망에 다시 포착하는 데 일조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경제의 둔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AI 개발사 딥시크(DeepSeek)는 중국을 투자자들의 레이더망에 다시 포착하는 데 일조했다. 사진=로이터
외국인 장기 주식 투자자들이 AI 챗봇 딥시크(DeepSeek)의 성공에 힘입어 중국 시장에 대한 재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정학적 긴장과 경제 둔화로 중국 투자에 등을 돌렸던 글로벌 자금이 조금씩 되돌아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최근 몇 년간 많은 금융기관과 법률회사들은 미국과 중국 당국이 홍콩과 중국 본토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부동산 시장 위기와 소비 부진 등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도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남아있는 가운데서도, 적은 비용으로 서구 AI 모델과 견줄 만한 성능을 보여준 딥시크의 등장은 중국을 투자자들의 레이더망에 다시 띄우는 계기가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중국은 투자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중국에 손을 대지 않으려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영국 로펌 프레시필즈의 아시아 글로벌 거래 팀장 사이먼 웰러는 말했다. 그는 "대규모 중국 포트폴리오를 가진 많은 글로벌 주식 투자자들이 투자 환경 때문에 일시 중단했다가 이제 거래를 찾고 있다"며 "그들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위기 변화는 홍콩 증시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 23% 상승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항셍테크 지수는 36%나 급등했다. 중국 버블티 체인 믹스에(Mixue)는 이달 초 홍콩 상장 후 신규 주식이 5200배 이상 초과 청약되며 상장 이후 70% 상승하는 등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홍콩 HSBC의 프레데릭 노이만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에서 관심이 특히 강하고 유럽에서도 상대적으로 건설적"이라며 "미국 내 여론은 여전히 더 신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TH 글로벌 캐피털의 비벡 수브라마니얌 CEO는 "중국의 인공지능 발전과 소비 촉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이전에 중국 익스포저를 줄였던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시장의 침체로 인해 무시하기에는 너무 설득력 있는 밸류에이션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3월 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MSCI All Country World Index를 추적하는 총자산 4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뮤추얼 펀드 중 거의 절반이 중국에 대한 익스포저가 없는 상태다. 중국 내 비중축소 포지션은 40%에 육박하며, 이는 평균 3.3%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재개로 인해 중국 투자에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소시에테 제네랄의 푸넷 싱 퀀트 리서치 책임자는 "투자자들은 중국 본토에 돈을 투자할 경우 미국 관련 역풍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한다"며 "그래서 홍콩을 통한 투자가 더 안전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본토 거래소 지수인 CSI 300과 상하이 종합지수는 올해 약 5% 상승에 그쳐, 홍콩 증시 상승률의 1/4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다른 우려 요인은 중국 공산당의 민간 기업 통제력이다. 미국 윌리엄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윌리엄스는 "미국에서는 주가 폭락 시 사모펀드나 행동주의 투자자가 개입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기업이나 섹터에 대한 정부 견해에 크게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버투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루 유 매니징 디렉터는 "딥시크의 성공은 중국이 통화 정책 수단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기술 산업을 성장 엔진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낙관적인 이유"라며 "중국의 성장 기둥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전반적인 정서 변화가 시작됐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지적한다. 윌리엄스는 "우리는 중국 정부로부터 적절한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지만, 더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SBC의 노이만은 "기술주에서 다른 섹터로의 로테이션이 일어나느냐가 중국이 완전히 투자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한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