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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트럼프의 압박이 유럽을 중국에 가깝게 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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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트럼프의 압박이 유럽을 중국에 가깝게 하지 않을 것"

"미국과 갈등이 EU-중국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생각은 착오적 발상"
EU 대표단 방중 앞두고 과잉생산 문제 해결과 균형적 관계 강조
EU 고위 관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인해 EU가 중국과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차가운 물을 끼얹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EU 고위 관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인해 EU가 중국과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차가운 물을 끼얹었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중국과의 중요한 외교 주간을 준비하는 가운데, EU 고위 관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인해 EU가 중국과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차가운 물을 끼얹었다고 22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통상 집행위원,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 등이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마리아 마틴-프라트 EU 집행위원회 무역 담당 부국장은 미국과의 갈등이 자동으로 EU-중국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매우 눈에 띄지만 단순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어쩌면 그건 좀 단순했던 것 같다. 우리는 경제적 파편화를 겪게 될 것이고, 분야별로 다른 기하학적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라고 그녀는 브뤼셀에서 열린 행사에서 언급했다.

마틴-프라트 부국장은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올해 초 두 차례 연설에서 EU와 중국의 관계 심화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에 대해, 이 발언과 함께 실제 시행되고 있는 정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 의장이 보낸 정치적 메시지뿐만 아니라 그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도 살펴봐야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다"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EU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의 다보스와 브뤼셀 연설은 세 가지 청중을 겨냥한 것이었다. 워싱턴에는 EU에 다른 선택지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베이징에는 신뢰할 수 있는 제안을 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그리고 독일 선거를 앞둔 베를린에는 그녀가 중국에 대한 급진적 매파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고위 관리는 이 발언들이 "의도적인 신호이자 중국을 향한 손짓"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EU가 중국과의 양자 우려 사항을 철회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중국이 "보다 균형 잡힌 방식으로" 행동할 의지를 보인다면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문이 열려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EU는 이미 중국과의 관계 축소를 위한 토대를 계속 마련하고 있다. 마틴-프라트 부국장은 최근 발표된 철강 및 금속 행동 계획, 자동차 부문 기술 이전 계획, 청정 산업 협정 등 중국의 산업 과잉생산에 대응하기 위한 최근 조치들을 언급했다.

이 모든 정책의 목표는 중국 상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 상품의 수입이나 조달 입찰에 장벽을 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메시지는 위험을 줄이라는 기존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마틴-프라트는 강조했다.

마틴-프라트 부국장은 세프코비치 무역대표와 함께 3월 26일부터 3일간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장관과 허리펑 부총리를 만나 유럽 산업을 위한 시장 개방을 촉진하고 중국의 산업 과잉생산 문제 해결을 요청할 계획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중국의 무역 흑자로 인해 자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상품의 미국 수입을 제한할 경우 이러한 과잉 생산품이 유럽으로 향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관세가 인상되면 중국의 과잉 생산량이 유럽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위험이 훨씬 더 커진다"라고 마틴-프라트는 경고했다. "이것은 국제 정세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EU 회원국들은 각자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이번 방중은 스페인의 전기차 및 배터리 부문에 대한 중국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그는 불과 6개월 전 방중 당시 리창 중국 총리에게 스페인은 "중국과의 관계를 계속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프랑스의 바로 외무장관은 지난해 10월 시행된 EU의 전기차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부과한 프랑스 코냑에 대한 높은 수입 관세 완화를 모색할 예정이다.

EU의 이번 중국 외교 행보는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단순히 개선하기보다는, 과잉생산과 시장 개방 등 핵심 쟁점에서 균형 잡힌 접근을 추구하는 복합적인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