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변화에 따른 리스크 유연대응 가능
미국의 관심사 호응 통해 우호적 대우 기대
미국의 관심사 호응 통해 우호적 대우 기대

현대차그룹은 2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한국 주요 기업 중 처음으로 총 31조원에 이르는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새 투자 계획에는 현대차의 완성차 생산 체계 확대, 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 생산용 전기로 신설,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에너지 협력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 진흥, '산업의 쌀'로 경제 안보 측면에서 의미가 커지는 철강 자급력 강화, 인공지능(AI) 혁명이 초래한 전력 급증에 대응한 원자력 기술 활용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의제에 철저히 맞춤형으로 구성된 선물 보따리를 꾸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투자 발표 행사에서 "진정 위대한 기업인 현대와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크게 만족하는 반응을 보여 현대차그룹은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관세 문제를 포함한 모든 최종 의사결정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게 쏠려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관세 폭탄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바꿔놓는 것이 가장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투자 발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향한 인식을 넘어 한국에 관한 인식 전반을 일정 부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성된다.
나아가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최대 시장 미국에서 흔들림 없는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되는 것도 강점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맞춰 독자적인 생산 라인을 구축해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자 급하게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착공에 나섰고, 트럼프 1기 행정부에 맞춰 미국 현지 생산 라인 강화에 투자했던 현대차그룹이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에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독자적으로 생산 라인을 구축하게 되면 행정부 교체에 따른 위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사업 분야에서도 현지 업체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이 물가 상승 등 자국 경제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세계 각국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관세 전쟁에 나섰다. 이는 심각한 무역적자 해소와 자국 투자 유인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민간 기업들이 나서 선제적 대형 투자와 미국산 상품 구매를 통해 이 같은 미국의 관심사에 호응한다면 미국의 우호적 대우를 받을 여건을 마련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그리는 큰 그림은 투자 자금을 미국으로 집중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겨준 장면은 트럼프발 글로벌 불확실성을 해결할 정답을 현대차가 맞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우·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