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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경제 정책, 아시아 중앙은행들에 새로운 도전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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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경제 정책, 아시아 중앙은행들에 새로운 도전으로 부상

연준 자율성 위협·관세 부과 임박... 달러·미국 국채 신뢰성 흔들려
일본·중국·한국 통화 당국, 창의적 대응 시급하나 여력 제한적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아시아 중앙은행들에 새로운 도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에 대한 자율성 침해 시도와 급격한 관세 부과 계획은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를 위협하며, 아시아 주요국 통화 당국을 곤란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25일(현지 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아시아가 보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이 이끄는 팀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것에 대해 "옳은 일을 하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이는 앞으로 연준과 백악관 간 충돌이 불가피함을 시사하는 신호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이러한 충돌의 최전선에 서게 된 이유는 미국 국채에 대한 막대한 노출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만 해도 1조8000억 달러가 넘는 미국 정부 부채를 보유하고 있어, 워싱턴의 국채 수익률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는 연쇄 효과를 낳고 있다.

일본의 경우 10년물 국채 금리가 16년 만의 최고점에 도달했다. 일본은행(BOJ)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2월 인플레이션율이 BOJ 목표치의 거의 두 배인 3.7%로 상승했음에도 지난주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는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에 대응한 것으로, 트럼프가 관세와 워싱턴의 혼란으로 초래할 역풍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인민은행 역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 국채 수익률에 대한 상방 압력은 중국의 성장 촉진에 필요한 금리 인하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중국 국채 수익률이 디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민은행 판궁성 총재는 금리 인하가 위안화 가치 하락을 초래해 트럼프의 분노를 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가 위협한 60% 관세는 중국이 위안화를 조작한다고 판단될 경우 100%로 치솟을 수 있다.

한국은행 역시 미·중 갈등 사이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2월 이창용 한은 총재 팀은 금리를 2.75%로 25bp 인하했지만, 트럼프의 무역 전쟁과 중국의 보복 조치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부채 수익률이 상승할 경우 이 결정을 곧 후회할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본드 자경단'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이들 채권 행동주의 거래자들은 과거 아시아 금융위기, 리먼 쇼크, 유럽 채권 파동, 영국의 재정 위기 등 주요 금융 혼란 시기에 활동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를 예측했던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에 따르면, 이들은 이제 트럼프에게 제동을 걸 수 있다.

트럼프의 달러와 국채 가치를 보호하는 기관들에 대한 공격은 채권 행동주의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 여기에는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발언, 부채 의무 회피 가능성 시사, 연방 결제 시스템 등 민감한 재무부 데이터에 일론 머스크의 접근 허용 등이 포함된다.

또한, 국세청(IRS) 무력화 시도는 무디스가 미국의 마지막 AAA 신용등급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시아의 중앙은행들은 세계 최대 경제국이자 기축통화 발행국인 미국이 금융 기반을 스스로 파괴하는 전례 없는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처음에는 '트럼프 트레이드'를 미국 자산시장이 곧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 베팅으로 간주했으나, 이제는 트럼프-머스크 태그팀이 아시아에 미칠 수 있는 심각한 피해를 우려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결국,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경제는 물론 이에 의존하는 글로벌 금융체계에 자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의 중앙은행장들이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트럼프 2.0 시대에서 그러한 대응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