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조치가 글로벌 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브라질과 이집트,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새 관세는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 미국의 주요 교역국을 중심으로 20% 이상의 높은 관세가 부과돼 국제무역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 튀르키예, 이집트, 모로코,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들은 비교적 낮은 10%의 관세만 적용돼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흐름 속에서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은 미국으로부터 순수입국인 동시에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체 공급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관세는 9일부터 발효된다.
이집트-튀르키예 합작의류기업 T&C가먼트의 회장 마그디 톨바는 “미국이 이집트만 피해간 것이 아니라, 중국·방글라데시·베트남 등 경쟁국에는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며 “이집트가 성장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에는 각각 37%, 46%의 고율 관세가 예고된 반면,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일부 국가는 10%로 비교적 낮은 수준에 그쳤다.
터키 역시 과거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타격을 입었지만 이번 조치에서는 다른 국가들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 오메르 볼라트 튀르키예 무역부 장관은 “이번 관세는 최악 중에서는 최선”이라며 미·중 갈등 속에서 새로운 수출 기회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모로코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어 이번 관세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모로코 정부 관계자는 “대미 수출을 계획하는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로코의 경우 중국 배터리업체 거션하이테크가 65억달러(약 9조6000억원)를 들여 아프리카 첫 기가팩토리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싱가포르는 제조업 기반이 튼튼해 투자 유치 가능성은 있지만, 높은 무역 의존도 탓에 관세 전쟁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셀레나 링 OCBC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나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면 절대적인 승자는 없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26%의 관세가 예고됐음에도 방글라데시나 베트남보다 낮은 점을 들어 섬유·의류·신발 분야에서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로이터가 입수한 인도 정부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애플 아이폰의 미국 생산 비중을 늘리기 위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본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