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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고 테슬라 시장 '후끈'…머스크·트럼프 밀착에 "더는 못 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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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고 테슬라 시장 '후끈'…머스크·트럼프 밀착에 "더는 못 타겠다"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테슬라 전시장 앞에 주차돼 있는 테슬라 전기차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테슬라 전시장 앞에 주차돼 있는 테슬라 전기차들.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백악관에 입성한 뒤 테슬라를 중고차 시장에 내놓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광폭 행보에 대한 반발이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확산하면서 중고 테슬라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카운티에서 혼다와 마쓰다 자동차 딜러십을 운영하는 켄 하비는 "올해 들어 중고 테슬라를 20대 가까이 팔았다"며 "현재 매장에 3대가 있고 2대가 곧 들어올 예정인데 며칠 안에 다 팔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자동차 경매장에서 모델3 같은 중고 테슬라 차량을 가져와 2만5000달러(약 3700만원) 이하에 판매하고 있으며 연방정부의 중고 전기차 세액공제에 더해 주정부 보조금까지 받을 경우 실제 구매가는 2만달러(약 300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NYT는 머스크 CEO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만든 정부효율부를 통해 연방 공무원 해고 및 정부기관 축소를 주도하면서 그간 머스크를 지지하던 고객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머스크가 공공연하게 보인 ‘나치식 경례’로 해석되는 동작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미시간주 앤아버에 거주하는 제롬 와인가든 박사는 “머스크가 어떤 인물인지 점점 더 우려스럽게 느꼈고 나치식 경례는 도저히 넘길 수 없는 선이었다”며 “그 차를 운전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행거리 3만5000마일(약 5만6000km)의 모델3를 1만8000달러(약 2700만원)에 트레이드인하고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으로 바꿨다.

이같은 반발은 미국을 넘어 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퍼지고 있다. 테슬라 반대 단체 ‘테슬라 테이크다운’은 최근 한 달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수십 건의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테슬라 매장과 충전소, 건물에 방화나 기물파손 행위도 발생했다.

유럽 시장에서의 타격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올해 첫 두 달 동안 유럽 25개국에서 테슬라 판매량은 전년 대비 45% 급감했다. 반면 미국 내에서는 테슬라가 국가별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파악되지 않지만 중고 시장의 움직임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오토트레이더닷컴에 등록된 중고 테슬라 매물은 1월 초 8000대 수준에서 3월 말 약 1만1700대로 늘었다.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모델의 테슬라 차량은 3월 한 달간 전체 트레이드인 차량의 1.4%를 차지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코스오토모티브의 산업 인사이트 책임자인 스테파니 발데스 스트리티는 “정확한 수치를 말하긴 어렵지만, 머스크의 정치 활동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8개 자동차 딜러십을 운영하는 엔조 코스타는 최근 한 주에만 테슬라 10대를 고객들로부터 트레이드인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중고 테슬라 가격이 한 달 새 10~15% 떨어졌다"며 "가격 변동이 너무 커 직접 판매하지 않고 경매에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하비는 “캘리포니아의 높은 기름값 때문에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며 “차량 공유 운전사나 첫차를 찾는 젊은 층 사이에서는 여전히 테슬라가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