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무역전쟁 고조로 안전자산 랠리...엔화·금·아시아 채권 상승세

글로벌이코노믹

무역전쟁 고조로 안전자산 랠리...엔화·금·아시아 채권 상승세

트럼프 104% 관세 시행에 투자자들 '질적 회귀' 현상 뚜렷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속 위험자산 매도, 안전자산 선호 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와 중국의 보복 조치로 저위험 자산의 가격이 상승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와 중국의 보복 조치로 저위험 자산의 가격이 상승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기피하고 금과 우량 국채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는 '질적 회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4% 관세를 포함한 상호관세가 시행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9일 일본의 벤치마크 닛케이 평균주가는 5% 이상 하락했다. 지난 며칠간 미·중 무역전쟁은 트럼프의 대규모 상호관세 발표와 중국의 보복 조치로 더욱 격화되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의 드위포 에반스 APAC 매크로 전략 책임자는 "기관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가 점진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의 신중함이 주식에서 채권과 현금으로 거의 동일한 비율로 자금 이동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기관 투자자 지표에 따르면, 주식에 대한 장기 투자자 비중은 올해 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서 반전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식에서 0.75%의 자금이 유출되어 채권(0.4%)과 현금(0.35%)으로 분산 유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는 1월 저점 이후 9% 이상 절상되었다. 4일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주식 급락에 대한 불안 속에서 달러 대비 6개월 만에 최고치인 144.54엔까지 상승했다.

금 가격도 안전자산 유입으로 크게 상승했다. 뉴욕 시장의 금 선물은 지난주 트로이온스당 32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주 약간의 차익 실현으로 가격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3000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세계금협회(WGC) 데이터에 따르면, 특히 인도에서 금 가격이 1월 초부터 13.5% 상승해 7일에 그램당 8,287루피를 기록했다. WGC의 인도 지역 CEO 사친 자인은 지난 한 해 동안 금 가격이 41차례나 최고치를 경신한 것을 감안할 때 금 수요가 "경이적으로 강하다"고 평가했다.

인도의 경우, 금 수요 증가는 무역 전쟁 고조 이전부터 시작되었으며,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주식 시장 약세로 인해 금으로 자금이 이동했다. 웰스밀스 증권의 크란티 바티니 전략 이사는 "주식시장 불확실성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포트폴리오에 어느 정도 금을 보유하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아시아 채권 시장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9일 오전 1.250%로 하락했으며, 지난주에는 0.345% 하락해 1999년 3월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새로 발행된 2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도 7일 약 5개월 만에 최저치인 0.54%를 기록했다.

미즈호증권의 쇼키 오모리 글로벌 수석 전략가는 "일본은행은 외부 요인과 정치적 발전이 투자심리를 지배함에 따라 방관할 가능성이 높다"며 "10년 일본 국채 롱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연초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SMBC 닛코증권의 히라야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태국, 인도네시아, 한국 등의 중앙은행들은 금리인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채권을 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달러가 진원지인 상황에서 자금은 금, 일본 엔, 유로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중국 채권의 경우,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2년물 중국 국채에 대한 롱 포지션을 권장했다. 이들은 중국의 통화 완화와 재정 지원 정책이 "유동성을 더욱 완화하고 중국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