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대학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최근 몇 주간 500명 이상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비자를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고등교육기관 단체들은 이같은 조치가 유례없는 규모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 유력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 교육 관련 단체인 국제교육협회(NAFSA)의 발표를 인용해 미국 대학들이 보고한 자료를 종합한 결과 500건 이상의 외국인 유학생 비자가 최근 취소됐다고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판타 아우 NAFSA 최고경영자(CEO)는 “이같은 조치는 여러 면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며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항소 절차도 불분명해 앞으로 수많은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DHS)와 국무부는 전국 대학의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자 취소나 체류 자격 박탈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국무부가 취소한 비자의 경우 학생들은 미국을 떠나 재신청해야 하며 국토안보부가 체류 자격을 종료시킨 사례도 있다.
아우 CEO는 “처음에는 하버드, 스탠퍼드, 컬럼비아 등 소수 명문대 학생들이 타깃이었으나 지금은 다양한 대학, 여러 국적의 학생들에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단순한 교통법 위반 등의 이유로 비자가 취소되기도 했다.
일부 외국인 유학생과 대학 직원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구금된 후 추방 절차에 직면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여러 대학들은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해외 여행을 자제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 대학에 대한 신뢰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은 올해 미국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의 지원이 예년에 비해 ‘의미 있게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오스트리아 빈의 중앙유럽대학도 미국 지원자가 25% 늘었다고 발표했다.
한편, 미국 내 16개 대학 단체들은 7일 국토안보부와 국무부에 공식 브리핑을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비자 취소 통보에 항소 절차나 신원 확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행정 오류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에는 현재 약 100만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있으며 이들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기여도는 연간 438억달러(약 6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국내 일자리 37만5000개를 창출하고 미국 학생들의 세계 이해력과 대학의 지적 다양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