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주식 시장이 9일(현지시각) 폭등세로 돌아섰다.
주식 시장 폭락을 불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순화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을 비롯해 75개국 이상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요청했다면서 이들 국가에 90일 동안 상호관세를 유예하고, 대신 10% 기본관세만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미국에 보복관세를 물리며 맞서고 있는 중국에는 관세율 폭탄을 날렸다. 그는 대중 관세율을 104%에서 125%로 상향 조정했다.
비록 세계 양대 경제국 간 관세전쟁이 격화하고는 있지만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트럼프가 “관세는 유리한 무역환경을 이끌어내기 위한 도구”라는 점을 이날 확인하면서 주식 시장이 폭등했다.
시장이 고대하던 ‘트럼프 풋’이 현실이 됐다.
그러나 관세 충격이 아직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데다, 앞으로 트럼프가 또 어떤 ‘변덕’을 부릴지 알 수 없어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풋
뉴욕 주식 시장에는 늘 주식 시장이 붕괴하기 시작하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구원 투수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연준 풋’이다.
그 자리를 꿰찬 것이 바로 트럼프다.
이미 1기 집권 시절 시장을 폭락으로 몰고 갔다가 다시 급등세로 이끄는 등 시장을 뒤흔들었던 트럼프는 이번에 재집권하면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2일 상호관세 발표로 시장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는 비관을 불러 일으키며 폭락세로 몰고 간 트럼프는 주말을 거쳐 7일 반등했던 주식 시장에 다시 폭탄을 던졌다.
중국과 관세전쟁을 본격화하면서 주식 시장을 8일까지 이틀을 내리 하락하게 만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일부터시작해 8일까지 이어진 4거래일 연속 하락세 속에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7조7000억 달러(약 1경1330조원)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런 주식 시장에 9일 구원자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온갖 압력 속에 트럼프가 강경 일변도에서 후퇴했다.
우선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패하면서 트럼프의 정책을 입법으로 지원해야 할 의회를 다시 민주당에 내줄 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트럼프 취임 뒤 말을 아끼던 월스트리트에서 공개적으로 트럼프 관세에 대해 잇달아 경고가 나왔고, 트럼프 측근 중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트럼프가 한 발 물러 선 것으로 보인다.
주식 시장이 무너지면 트럼프가 개입해 붕괴를 막을 것이란 ‘트럼프 풋’이 현실이 됐다.
경기침체 우려
이날 주식 시장이 환호했지만 이런 환호가 마냥 지속될 수는 없다.
비록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을 낮출 가능성을 트럼프가 제시했다고는 하지만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가 적용되는 기본관세는 유효하다.
수입 물가 상승 속에 실물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개연성은 여전히 높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의 상호관세 유예가 발표되기 하루 전인 8일 분석노트에서 미 경기침체 전망에 따른 주식 시장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골드만 애널리스트 도미닉 윌슨은 트럼프 상호관세를 전제로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주식 시장은 지금보다 더 큰 폭의 하강을 기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가 방향을 틀면서 이런 우려가 일부 희석되기는 했지만 미 경제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임기 말부터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소비가 트럼프 관세 정책 충격으로 더 취약해지고 있다.
소비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변수다.
관세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미 경제가 위축되면 기업들의 실적도 당초 전망을 밑돌면서 주식 시장에 직접 타격을 주게 된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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