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경쟁력 약화와 글로벌 투자 둔화 위험 동시에 직면
건설 장비·공작기계·식품 업계 타격, GDP 0.8% 감소 전망
건설 장비·공작기계·식품 업계 타격, GDP 0.8% 감소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일본산 수입품에 대한 24%의 상호 관세에 대해 90일간의 '일시 중지'를 발표했지만, 10%의 기본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이미 철강, 알루미늄 제품, 자동차 등에 부과되던 관세에 추가된 것이다. 특히 자동차는 일본의 대미 수출에서 거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건설 및 광산 장비 분야는 특히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야는 2023년 일본의 대미 수출의 4.7%를 차지했다. 히타치 건설기계는 미국용 제품을 전부 일본에서 수출하고 있으며, 일본 최대 기업인 코마츠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장비의 약 절반은 해외에서 수입된다. 북미는 두 회사 모두에게 중요한 시장이지만, 높은 철강 가격과 인건비로 인해 미국으로 생산을 이전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공작기계 분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DMG 모리와 야마자키 마작 같은 일본 수치제어 장치 제조업체들은 독일 기업들 외에는 실질적인 경쟁자가 거의 없다. 이들이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미국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경쟁력 손실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본 지출 의욕 감소다. DMG 모리의 마사히코 회장은 2월 실적 브리핑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투자가 정체됐다"고 언급했다.
노무라 증권의 마에카와 켄타로 선임 애널리스트는 "공작기계와 로봇의 경우 비용 상승은 작은 문제가 아니지만, 미국에 주요 경쟁사가 없어 비용을 전가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분석하면서도, "수요의 급격한 감소 위험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품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일본 식품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 되었으며, 전년 대비 18% 증가한 2,429억 엔(16억 4,000만 달러)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녹차 제품을 판매하는 이토엔은 "관세로 인한 수입 비용 상승으로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으며, 소비자 심리 악화도 우려된다"며 "녹차 제품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의료기기 분야는 다른 산업보다 관세에 덜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대미 수출액이 1,557억 엔에 달하는 의료기기는 제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가격 인상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푸스와 후지필름은 전 세계 내시경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즈호 리서치 앤 테크놀로지스는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관세와 함께 24%의 "상호적" 관세가 일본의 GDP를 0.8%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했다. 그 영향은 자동차와 같은 운송 장비에서 3.5% 감소로 가장 클 것이며, 투자 둔화는 자본재 공급업체에 더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즈호의 사이스케 사카이 애널리스트는 "그 영향은 국내 수요에 의존하는 비제조업 부문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체들의 이익 감소는 임금 상승을 둔화시키고, 소매업, 음식점, 호텔과 같은 서비스 산업의 소비자 지출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은 특히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본 기업의 약 80%가 연간 매출 100억 엔 미만이며, 40%는 10억 엔 미만이다. 데이코쿠의 이이지마 다이스케는 "기본적으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