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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아시아 정부·기업들, 트럼프 관세 유예에도 신중한 태도 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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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아시아 정부·기업들, 트럼프 관세 유예에도 신중한 태도 견지

"불확실성만 확실할 뿐"...90일 동안 10% 관세와 중국 125% 관세 여전히 부담
아세안, 지역 공동 대응 모색... "각국 미국과 협상 서두를 듯"
4월 9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이틀간의 회의에서 단체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한 아세안 재무장관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4월 9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이틀간의 회의에서 단체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한 아세안 재무장관들. 사진=로이터
아시아 정부와 기업 임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적' 관세 90일 유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 대한 관세가 일시적으로 10%로 인하됐지만, 중국에 대한 125% 관세와 함께 이 수준의 관세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연장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10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무역투자부 장관은 아세안 경제장관 화상회의에서 "트럼프 관세에 관한 한 불확실성 외에는 확실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인상 중단을 환영하지만, 중국에 대한 10% 기본 관세와 현재 125% 관세는 여전히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세계 경제와 무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러한 변동성은 아세안 경제에 중대한 도전을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트럼프의 당초 정책에서 가장 높은 관세에 직면했던 국가들로, 캄보디아 49%, 베트남 46%, 태국 36%,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의 관세가 예정되어 있었다. 트럼프는 대부분 국가들이。워싱턴과 새로운 무역 협정을 협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90일 동안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일본의 최고 관세 협상가 료세이 아카자와는 90일간의 관세 동결이 미국의 관세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은 여전히 10%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산업인 자동차에는 25%의 관세가 적용된다. 아카자와는 협상을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유예가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125%의 관세로 인한 파급 효과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미국으로 수출되지 않는 중국산 완제품이 한국이 수출하는 다른 시장에 넘쳐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트남 정부는 미국 행정부와 무역 협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호득푹 베트남 부총리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간 워싱턴 회담 후 발표된 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비관세 장벽 제거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베트남은 미국에 대한 투자 촉진과 무역 사기 방지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패통탄 시나왓 태국 총리는 "많은 국가들이 워싱턴과 협상하기 위해 줄을 설 것"이라며 태국이 더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아세안 기업자문위원회의 나지르 라작 의장은 "거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기업들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금융시장은 최근의 불확실성과 극심한 변동성을 감안할 때 긴장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캄보디아 섬유·의류·신발·여행용품협회의 켄 루 사무총장은 "기본적으로 지금 당장은 규칙이 없다"며 "매일매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어제보다 오늘에 대한 안도감이 있지만 내일은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EU-아세안 기업협의회의 크리스 험프리 전무이사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시장과 기업 모두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관세 자체도 충분히 나쁘지만, 관세율과 일정의 변화로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며 "이는 세계 경제와 동남아시아와 같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 좋지 않은 불안정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기회로 보기도 했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중국에 대한 125% 관세가 한국 기업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높은 세금이 지속된다면, 한국 제조업체들이 대미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