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2% 급등... 투자자들 미 국채보다 안전자산 엔화 선호
일본 수출주 타격... 토요타 6%, 닛산 8% 하락
일본 수출주 타격... 토요타 6%, 닛산 8% 하락

미즈호 증권의 쇼키 오모리 글로벌 수석 데스크 전략가는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예상보다 큰 규모의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시장에 명백한 리스크 오프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며 엔화 강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미국 국채 매도세로 인해 투자자들이 달러 대신 엔화와 스위스 프랑,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거대한 경제 규모, 정치적 안정성, 유동성 높은 금융시장이 엔화를 매력적인 안전자산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 국채가 전통적으로 위험이 낮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왔지만, 무역전쟁 격화로 의구심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국채에서 현금으로 자산을 이동시키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에 대한 '상호적' 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관세는 145%로 대폭 인상했다. 이에 중국은 모든 미국 수입품에 84%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조치로 맞대응했다. 이러한 무역전쟁 격화로 10일 미국 주식시장은 급락했으며, 경제 여파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 국채의 약세도 엔화 강세에 기여했다. 11일 오전 장기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주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 발표 후 4% 아래로 하락했다가 4.46%로 반등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해 일본 국채 수익률과의 격차가 확대되면 엔화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에는 강력한 안전자산 선호 흐름이 엔화에 대한 통상적인 하방 압력을 상쇄했다.
오모리 전략가는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올해 후반으로 갈수록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 연준이 미국 경제의 건전성에 따라 금리를 최소 2-~회 인하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미국 경제의 침체는 10년 만기 일본 국채의 수익률 하락을 의미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재정정책을 위해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엔화 강세는 일본 수출업체들의 주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11일 오전 도쿄 증시에서 닛산 자동차는 8% 하락했고, 토요타 자동차는 6% 하락했다. 후루카와 전기 등 기술주도 약 8% 급락하는 등 수출 중심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엔화 강세는 일본 수출기업의 해외 수익을 본국으로 환전할 때 가치를 떨어뜨리고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에 추가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무역전쟁 격화와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당분간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은 일본 수출기업들에는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나,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엔화가 여전히 안전한 도피처로 여겨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