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미국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자 세계 증시는 급반등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피는 하루동안 6.6%(151.36p) 오르며 2445.06으로 거래를 마치며 트럼프 관세 충격 직전인 4일 종가(2465.42)에 근접했다. 이날 코스닥도 5.97% 상승한 681.79로 마감하며, 4일 종가(687.39) 수준으로 돌아왔다.
글로벌이코노믹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날 상승폭 151.36p는 1980년 코스피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에 해당한다. 하루 상승률 6.6%의 경우 역대 21위에 해당한다.
트럼프의 관세 유예 발표로 뉴욕 3대 지수는 지난 9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각각 7.87%, 9.52% 급등했고,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2.16% 폭등했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상승폭은 각각 역대 세 번째, 두 번째를 기록했다.
이날 국내를 제외한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폭등했다. 일본 도쿄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13% 오른 3만4609.00으로 장을 마감했고,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상승폭이다. 대만 증시는 이날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와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이 10% 가까이 급등함에 따라 자취엔지수가 9.25% 오른 1만9000.03으로 마감했다.
관세 유예가 90일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향후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고 평가했지만, 일부는 미-중 간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끝나지 않은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무역협상을 온건파로 분류되는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경기침체 및 자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강도 관세가 현실화하기보다는 90일 동안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 시프트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금리 급등 및 주식시장 폭락 등에 따른 경기침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과거 공포 국면 수준을 감안할 때 여진 가능성이 있으나 밸류에이션, 가격, 수급 측면에서 지수 하단을 타진해 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도 "관세 정책의 최대치를 확인했다고 생각하는 시장은 주가지수의 바닥도 확인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의 경우, 주가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낮아진 것도 추가 하락이 제한적이라는 전망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무역 전쟁에 코스피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최근 10년 이내 P/E 최저점인 7.7배를 고려해도 코스피는 2240선이 록 바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바닥을 예측하기 어려우나 팬데믹 시기를 상기하며 패닉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의견은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투자를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트럼프의 관세 유예가 90일로 제한했고, 중국과는 관세 전쟁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유예에서 중국을 제외하며, 84%의 상호관세율을 다시 125%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중국도 "끝까지 갈 것"이라며 84%의 보복관세를 다시 높일 전망이다. 2차 무역전쟁이다. 글로벌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전 세계 무역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4.5%에서 4%로, 내년 4%에서 3.5%로 하향 조정했고, JP모건은 미국과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60%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은 후에 관세 정책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보가 1기 때와 똑같다"며 "2018년의 관세 유예도 90일이었고, 협상으로 가면서 므누신 재무장관(전 트럼프 1기 재무장관)으로 주도권이 이동한 것도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이 낙관론으로 돌아섰을 때, 트럼프는 유예기간도 끝나기 전에 또 관세를 부과했다"며 "당시와 같다면, 트럼프는 당분간은 조용하겠지만 90일을 채우기 전에 관세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